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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푸념에세이 1회] 아들과 도망친 며느리

기사승인 2016.10.26  0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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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 먹여서 황달 온 거예요 맹랑한 젊음...편한 세상이 좋구나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눈치 없이 외출한단다.

아들놈이 더 밉상이다. “엄마, 우리 바람 쐬러 나가요.” 손자와 함께 우유병과 기저귀를 올려다 놓고 아들 내외는 다녀오겠습니다, 소리 높여 나간다. ‘네 새끼 네가 키워라.’ 말도 못하고 손자 보고픈 마음에 받는다.

이제 세이레 지난 손자는 아직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누워 있어야 하건만, 팔뚝에서 재워 누워있기를 거부한다. 울음은 짧아도 온몸을 비틀며 몸부림치니 팔다리가 다 아우성이다.

팔도 아기 싸개 안에 일자로 착 붙이고 아이가 놀라지 않게 가슴 옆으로 지그시 좁쌀 이불로 눌러주었다. 손자는 더워 땀띠 나면 안 된다고 펼쳐놓으니 팔을 휘저으며 자려 든다. 제 휘두르는 팔 시위에 놀라 깬다. 울음소리에 놀라 일으켜 안고 서성이다 보니 다시 잠들고, 그네에 누이면 깨고, 에고 못 해먹겠다. 애를 팔뚝 위에서 재웠나. 하시던 옛날 시어머님 말씀이 새록새록. 내가 그 말을 던지고 있다.

“우유보다 모유가 좋단다. 돌 때까지는 먹여야지.” 하였더니

“어머니, 모유 먹여서 황달 온 거예요.” 딱 자른다.

“밤에 칭얼댈 때 젖 물리면 편안히 잘 수 있잖냐?” 했더니

“젖이 부족해서 우유를 시간 마쳐 듬뿍 먹이면 더 잘 자요.”

똑 부러지는 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삼대가 함께 살던 그때는 모유 먹일 때나 아기를 안아보았다. 배만 부르면 스르르 잠속에 빠지는 아이는 눕혀야 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아이라도 안고 쉴 참이면 자는 애 안고 있으면 버릇 나빠진다고 내려놓으라 하셨다.

산모가 세이레 쉴 수 있는 건 호사다. 시어머님은 아침에 애 낳고 오후에 밭에 나갔다고 비수를 꽂았다. 병원에서 출산일 3일 지내고 전문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돌아와서 출산휴가 1년을 쉰단다.

아기 살림도 엽렵하게 준비했다. 우유 온도에 맞는 40도 정수기며 젖병 소독기는 기본이고 폭염 더위에 에어컨도 들여놓았다. 기저귀에 바스오일이며 로션은 선물 받고, 30일 사진, 50일 사진 등 평생 찍을 사진을 매일 찍는다. ‘에고, 이것아, 우리 땐 돌 사진도 없었느니라.’ 그저 베 기저귀와 포대기뿐이었지.

해가 지고 나서야 돌아온 아들내외는 빵 상자를 내민다.

‘엄마! 이거 40분 줄 서서 사 온 카스텔라야. 한 사람당 하나밖에 안 팔아.’

똑 부러지고 맹랑한 젊음을 본다.

너희들은 참 편한 세상 살아 좋겠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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