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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만지다] 간극

기사승인 2016.10.27  09: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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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또글 떼글 빗방울이 온몸을 비트는 소리
이 비 오고 나면
추워지리라
멀리 있어 그 사이 바람이 불고
그대 더 그리워지리라
갈대는 머리를 풀고 잠시 엉기던 바람 내려놓고
꺾인 몸을 빗속에 푹 젖으면서
그림자도 내려놓는다
토닥토닥 빗망치에 굽은 마음이 펴지리나
상흔이 씻겨가려나
이토록 시린 맘이
저토록 휘인 몸이
틈이 가고 살갑게 다가서지 못하던 시간들
이 비 오고나면
푹 담글 수 있는 따뜻했던 그대 가슴은
싸늘하고 시리기만 하다
한때 가깝던 몸이 점점 멀어지면
지척이던 마음도 식어가고
그 간극에 그대 머리카락 휘날리고
그 간극에 말 갈퀴가 휘날리더냐
이 비 오고나면
가까운 몸도 마음 밖 천리길
어둔 마을의 개 짖는 소리도 사위어간다
그대 떠난 마을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겠지
오래지 않아 눈이 내려 마을을 덮어버리겠지
혼자 웅크린 몸이 떨고 저다지 시린 마음
구름실겅에 쟁여놓으리
               -정노천 시인, 간극 전문-

[생각하나]
밤새 비가 후들겼다. 분명 이 비가 오고 나면 추워질 거라는 말이다. 조만간 눈으로 바뀔 비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빗방울이 내 건조한 가을의 정서를 적신다. 아침까지 비는 후들겼다. 뭘 씻어 낼게 있는지. 한때 맹목적인 추억의 한 조각 사랑의 얼룩이라도 남아 있었나? 왜 이 가을철에 난데없이 비를 내릴까? 오전까지도 비가 제법 제 몸뚱이를 온전히 땅에 두들겨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감회를 아침 침상에서 퍼뜩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한 수 끄적여서 SNS를 통해 주변에 띄웠다.

모 여자 시인의 문자가 튀었다. “가을비가 오니 마음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네요” 속으로 ‘떠나면 되지’

“어찌 이 시가 이리 가슴을 후벼 파나이까…. 간극에 있는…. 두 사람”

“뭔소린가요?” “비 오는 날 아침 법원에 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서” “법원?” “힘들었어요. 나도 많이 지쳤어요. 그동안… 어차피 놔 주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 거죠. 여생이 얼마나 남았다고” “왜 그런 결단을?” “성격차!”

시(詩)를 만지다 보러가기➧시를 만지다

사진=정노천 기자
골프타임즈|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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