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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골프 심리학] 한국오픈 2연패, 이경훈의 마인드 컨트롤①

기사승인 2016.11.14  09: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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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과 기대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골프는 기대치만큼 쉽지 않다

▲ 코스 최소타 타이기록(16언더파 268타)으로 한국오픈 2연패를 달성한 이경훈이 축사세례를 받고 있다.

골프는 자상하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기대가 꺾일 때 무의식으로 비난의 화살을 분노로 표출하며 자신에게 돌린다. 실수를 수용하는 관대함 ‘자기존중감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그날따라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공이 조금씩 밀리기라도 하면 마음 한켠 도화선에 불이 붙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터지기 일보 직전의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화를 내봤자 게임에 도움이 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몇 홀 지나지 않아 미스 샷이 또다시 나오고 말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나가 깊은 러프에 빠진 것이다. 세컨샷을 시도했지만 몇 미터 못 갔고, 두 번을 더 쳐내고서야 그린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급기야 폭발하고 말았다. 클럽을 마구 땅에 찍고 또 찍어댔다. ‘나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나는 바닥에 가까운 성적표와 함께 깊은 자괴감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한국오픈 2연패를 기록한 이경훈의 이야기이다. 이경훈은 필자가 한국체대 코치로 재직했을 당시 유망한 제자였다. 재학 중 이경훈을 떠올리자면 온순하면서 차분한 성격을 가진 학생이었다. 훈련이나 학사생활에서도 모범적이었으며 좀처럼 화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거나 경기를 마치고나면 유독 표정이 달라지곤 했다. 미스 샷에 대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거나 결과에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언젠가 부모가 ‘경훈이가 그렇게 화내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들이 경기 중에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을 땅에 찍는 모습은 TV를 통해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최근 유럽여자골프투어에 출전한 노장선수 로라 데이비스는 자신의 컷 탈락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기가 끝난 직후 퍼터를 해저드로 던져버리기까지 했다. 선수들은 경기 중 화를 참지 못하면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좀처럼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열거하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에게는 채워야 할 결핍이 있다. 그리고 맹목적인 ‘열심’과 ‘노력’으로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기대도 커지기 마련일 텐데, 골프는 그렇게 자상하게 자신의 바람대로 응해주지 않는다. 그 기대가 꺾일 때 선수의 무의식에서는 비난의 화살을 다시 ‘결핍이 많은 자신’에게 돌린다. 그리고 그것은 분노로 표출되고 만다.

필자는 이경훈에게 단순히 화를 참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 화가 나면 그 화를 표출해야 남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이다. 근본적인 것은 내면의 변화를 꾀하여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이나 스스로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없음을 인지하거나 또 그런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일이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기존중감을 높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을 애써 결핍이라고 여기고 또 그것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골퍼는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때,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멈출 수 있고, 그로인해 자신의 실수를 수용하면서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경훈은 2016년 한국오픈에서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물론 경기 중에 완벽하게 마인드 컨트롤을 한 것은 아니다. 미스 샷에 화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을 수용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그런 실수가 나와도 ‘내가 챔피언이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아마도 그 순간 실수에만 집착하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였다면 우승은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코스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자. 클럽을 땅에 찍고 싶은지, 클럽을 해저드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지, 미스 샷 후 혀끝을 차면서 자신을 비난하지는 않는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혼자 씩씩대며 애꿎은 팀 분위기만 엄숙하게 만들지는 않는지.

만약 그렇다면 혹시나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안 되는가?’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지?’ ‘언제 잘할 수 있을까?’ ‘나는 프로가 될 수 있을까?’ ‘언제 한번 예선 통과 해보지?’ ‘진짜 골프를 때려쳐야 하나?’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의상협찬 : 위프와프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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