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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18화] “정말, 정말 아프지 마!”

기사승인 2017.02.22  01: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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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야 하잖아,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한 하루하루.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아이들 결혼할 때까지 살 수 있을까? 예고도 없이 찾아든 말기 암 선고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일이 인생 전부라고 믿었던 일 중독자에게 내려진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

“우연히 친구 따라 진료 갔다가 찾아냈지. 담낭암 3기. 그 흔한 유방도 아니요 자궁도 아닌 생소한 담낭암이라니, 쓸개뿐 아니라 간에다 췌장, 소장도 잘라내고 내가 살 수 있을까 싶었지…….”

“언니는 그러기라도 했지, 난 의식도 없이 갑자기 쓰러져 전신마비가 온 거야. 병실에서 대, 소변 받아내고 일어나리나 생각도 못 했어. 아기 낳으러 병원 가보고 평생 병원 한 번 다녀본 적 없었는데…”

정신없이 달려가다 급브레이크 밟았지만 이미 충돌은 피할 수 없었던 거였다. 병에 걸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절대 일을 할 수 없었다. 병원 수술과 치료과정은 희망보다는 통증과의 싸움이었으며 자신과의 전쟁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예전의 내 몸은 돌이킬 수도 없었다. 일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삶에 쉼표가 찍혔다. 쉼표를 받아들이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도 모르게 하느님 아버지 찾았어. 나를 정말로 걷게만 해 달라고, 착하게 살겠다고, 진짜 내가 욕심 안 내고 남에게 좋은 일 하며 살 수 있게 살려만 주세요. 신이 있다면 들어주겠지 하고.”

“암 수술 들어가기 전에 남편이 울며 사정했어. 당신 먼저 가면 안 된다고, 자기가 먼저 갈 터이니 이겨내고 돌아오라고. 9시간 수술 동안 수술실 앞에서 간절히 기도했대.”

가장 소중한 건 건강, 건강이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다시 찾아온 일상은 새로운 탄생이었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나를 사랑할 수 있고, 가족과 친구와 소중한 그 작은 것들을 지켜내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 기쁜 날들을 만들어 가야겠다.

천번 만번 당부해도 모자란 말.

“정말, 정말 아프지 마!”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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