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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연재18] 셰익스피어가 들려주는 두 개의 장례식을 위한 발라드

기사승인 2017.02.27  00: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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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 안했나? 오빠랑 내 이혼했다”

[골프타임즈=김기은 소설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더니 다시 질문을 던졌다.

“오빠면 아직 젊으실 것 같은데.”

“저랑 17살 차이에요.”

“아! 큰오빠”

“남매에요”

“나이 차이가 많네요.”

“........”

“참 이름이 뭐예요?”

우리는 그제야 통성명을 했다. 그는 마흔일곱이라 그랬다. 오빠보다는 어렸지만 나보다는 한참이나 많았다. 나는 나이를 말하지 않았다. 혼기를 놓치면 나이를 밝히고 싶지 않은 거다.

“17살 많다 그래도 아직 창창하실 나이일 텐데, 오빠가 50대?”

“네.”

“어쩌다 그렇게?”

어쩌다 죽었을까.

창밖에 시선을 둔 채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죽었을까? 어떡하다 죽었을까? 노숙자로 떠돌던 막다른 삶의 그 마지막을 내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엄마가 어떻게 키운 자식이인데, 어떤 아들인데.......가슴이 또 먹먹해졌다. 엄마가 그 꼴 안보고 가신게 그나마 마지막으로 누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엄마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

“사고사는 아니죠? 지병이 있었나요?”

“아마, 있었죠. 죽을 정도는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의 풍이 왔어요. 훨씬 심한 반신불수도 가족이 돌보고, 운동하고, 재활치료하면, 많이 좋아져서 잘 사는 걸 주변에서 봤어요.”

나는 생각에 잠겨 대답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그 말을 띄엄띄엄 중얼거렸다.

“네 오빠, 걷는 거 함 잘 봐라.”

엄마 돌아가시고 곧 추석이라 첫 차례를 위해 추석에 오빠 집에 갔을 때였다. 나를 배웅하러 나와 앞서 걷고 있는 오빠를 가리키며 올케가 그랬다.

“왜?”

“이상한 거 모르겠나?”

“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오빠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보았다. 딱히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에이고, 둔하기는. 그리 둔해갖고 무슨 글을 쓴다 카노? 니 오빠 다리 전다 아이가!”

올케가 아이를 나무라듯 소리를 꽥 질렀다. 오빠랑 내가 나이 차이가 워낙 많다보니 올케가 우리 집에 시집왔을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11형제의 중간쯤이라 동생도 많았는데, 막내 동생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며 동생 다루듯 함부로 대했다. 엄마 앞에서만 마지못해 존댓말을 했고, 엄마가 없는 자리에선 번번이 “너”라고 하며 반말을 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며 ‘고모’라고 하던 것을 이젠 대놓고 ‘너’와 ‘고모’를 섞어가며 반말로 툭하면 제 동생 윽박지르듯 했다. 워낙 성격이 괄괄하고 뒤끝이 없는 여자이긴 하지만, 사는 형편이 늘 어렵고, 오빠가 몇 번씩이나 사업을 말아먹고, 사기당하고 하면서 악에 받쳐서 그런지 갈수록 드세어졌다. 한마디만 잘못 하면 악을 써버리니 온 가족이 올케 앞에선 찍 소리도 못내는 형편이었다.

“두어 달쯤 전에 풍이 와서 쓰러졌다.”

“정말?”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다. 마침 우리 친정 동생이 와있어서 빨리 병원에 싣고 가 서 살았다. 등치나 좀 크나, 택시 잡고 저 등치를 업고 뛰느라 내 동생이 고생했다. 이젠 괘않다. 지가 몸 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참말로 말도 더럽게도 안 들어 처먹는다. 그 카고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담배 끊으라 캐도 못 끊고........ 내사 모르겠다. 지 혼자 우예 살아가든지 알게 뭐꼬”

“혼자 살다니?”

“내 말 안했나? 오빠랑 내 이혼했다.”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올케를 쳐다봤다.

“며칠 됐다. 이혼 하자 카이, 웬일로 순수하게 그라라 카드라. 어무이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됐으니까 이번 추석 차례 상은 내가 해준다 캤다. 어무이 돌아가시고 그날부터 맨날 납골당에 가서 산다. 인간이사 밉지만 안됐다. 아아들(애들) 보고 내랑 만난 게 악연이라 캈다카데. 체, 누가 할 소린데 지가 그런 말 할 자격이 되나. 내가 그런 소릴 듣고 살겠나. 내가 그때 미쳤지 참말로. 가난한 집 홀어머니 외아들이라고 우리 친정엄마가 그리 반대할 때 들었어야 했는데, 아무리 가난해도 이 정도로 가난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니 오빠가 허여멀금 한게 허우대는 멀쩡했다 아이가.”

“그럼, 오빠는 지금 어디서 사는데?”

“대구에 사글세 하나 얻어줬다. 문간방인데, 쪼만하다. 부엌도 있고, 우린 그런 방에서 다섯 식구나 살았다. 니 생각 안나나 영등포 그 집. 부엌이라고는 추워빠져서 더운 물도 안 나오고, 겨울이면 수도고 행주고 있는 대로 꽝꽝 얼어붙고, 바퀴벌레 기어 다니고....... 그래도 집세 제때 못 내서 나가라 칼까 봐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았다. 그카고 우예 살았는지 모르겠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계속>

김기은 소설가|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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