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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 詩수다 22회] 인생 뭐 있냐?

기사승인 2017.03.20  00: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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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창밖 풍경에 설레도 행복이지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불쑥 서해를 찾았다. 옅은 안개가 일렁이는 갯벌에서 조개잡이 어부들이 바다의 보물을 캐고 있다. 조그만 어선들은 갯벌에 앉아 떠나간 바다를향해 깃발을 흔든다.

무의도행 배는 여전히 사람들을 실어 나르기에 분주하다. 몸빼 바지의 아낙들이 배에서 내린 손님맞이에 바쁘다.

“금방 딴 달달한 굴이요. 싱싱한 회감이요.”

바다가 준 보물로 가득 채우는 행복한 풍경을 뒤로 하고, 배에서 내린 사람과 차를 따라 섬 안으로 빨려들어 간다. 통통하게 살 오른 갈매기 떼가 무엇을 얻으려는지 사람들 곁으로 끼룩끼룩 다가섰다가 멀어지곤 한다.

둥글게 몸을 숙인 섬과 섬 사이 커다란 아치교 다리가 마치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듯 발길을 잡아당긴다. 소무의도 길은 힐링 하러 온 사람들의 소망을 들어주는 듯 바닷길을 열어 북적이게 한다.

삼월 초하루 나뭇가지로부터 꽃비가 내린다. 이윽고 텅 비었던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새 봄이 출렁거린다. 

봄 오는 길목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가슴에 기쁨이 피어난다. 문득 인생 뭐 있냐? 이게 행복이지. 또 비 오는 창밖 풍경에 마음 설레도 행복 아닌가. 

비 오는 날 창밖이 좋다

견고히 닫혔던 문빗장 열고 
흐트러진 대지 
빗살무늬 나무껍질 속으로 
천천히 그가 오고 있다 

혼자 앓고 난 자리 
그 축축한 뇌관 사이로 
무디고 무딘 쓸쓸함 홀연히 남아 
이름뿐인 너 키 작은 설렘으로 
젖은 그리움의 몫을 다듬고 있다 

야윈 목 줄기 자꾸만 감겨오는 옷자락 
가느다란 빗줄기에 섞여 
허탈한 바람이 남기고 가는 계절 내음 
더 이상 출렁이지 않는 물소리 다독이며 
흰 꽃봉오리 둥글게 눈뜨고 있다 

창은 거기 그대로 하늘을 담아내고 
물길 속에 서서 
자꾸만 잠겨드는 여린 나목들 
감추어둔 빗방울의 노래가 
흠뻑 젖은 마음까지 차 오른다 

평온하게 흔들리는 창너머 
말갛게 씻긴 단비가 
손금 같은 줄기마다 잎을 세울 때 
허허로운 나무들 사이 
흰 목련의 날개처럼 
사랑 다시 피어 환해지려나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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