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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골프 심리학] 감정의 발산이 ‘나’를 만든다. ‘자존감 회복‘

기사승인 2017.04.02  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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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나’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소통은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기쁜 일, 슬픈 일에 공감하면서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 마치 내일인양 감정을 발산해본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교감이며 소통의 시작이다.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라, 공자의 ‘예기(禮記)’에서는 사람의 감정이 일곱 가지가 있다하여 칠정(七情)이라 하였다. 기쁨, 화냄,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이 그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감정의 발산으로 개성을 만들고 고유한 존재로 특화된다.

그러나 기쁜 일에 기뻐하지 못하고 화나는 일에 화내지 못하고 슬픈 일에 슬퍼하지 못한다면 마음은 병이 들기 마련이다. 또한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에 소극적이 된다면 스스로 살아있음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욕망, 인간의 모든 불안은 하고자 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 야기된다.

이와 같이 사람의 ‘감정 표현’이라는 것은 매한가지 생명활동이라는 범주에서 마음의 호흡이라고 할 수 있다. 가슴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강박증에 괴로워하는 사람 등은 하나같이 마음의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나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감정 역시 소중한 생명활동으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통이라는 것은 이렇게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고 또한 그것을 수용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해주고,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하며, 화나는 일에도 한편이 되어 준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 마치 내일인양 감정을 발산해본다면 이것이 바로 마음의 교감이며 소통의 시작이다.

필자의 학생 민정이는 감정과 의사표현이 미숙하여 대인관계에 종종 마찰이 생기곤 했다. 골프 경기력 또한 기복이 심했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였다. 낮은 자존감을 직감한 필자는 정기적인 상담을 제안하였다.

민정이는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나는 내가 싫다’는 생각과 ‘화가 나면 말을 안 하고 상대를 안 하면 그만이다’ ‘안 보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학생이었다.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민정이는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없었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우울해 하였다.

낮은 자존감의 증거들을 찾아낸 필자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존감의 상처가 된 원인을 분석하였다. 그 원인에는 중학교 시절에 친구들로부터 배신과 외면, 그리고 엄마로부터 깊은 소외감이 있었다. 엄마한테 ‘엄마 딸!’이라는 표현이 상상이 안 될 정도라 하였다. 매년 수많은 시합을 엄마하고 같이 다님에도 불구하고 엄마와의 정이 메말라 있었던 것이었다.

상담을 하는 동안 필자는 자존감에 피를 흘렸던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중한 존재로 사랑받지 못한 민정이의 마음을 가슴 속 깊이 헤아릴 수 있었다. 과연 사랑을 받지 못한 결과일까? 방법이 문제였으리라. 가슴 아픈 이야기에 민정이도 울고 나도 눈시울도 붉어졌다.

민정이의 자존감 회복을 시도하였다. 우선 자신의 단점만 인식하고 있는 ‘의식 속에 나’에서 장점이 가득한 ‘무의식의 나’를 일깨워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무능한 나’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습관적인 지적질에 대한 진상파악과 더불어 엄마와의 상담도 같이 진행하였다. 민정이는 사실 장점이 많은 아이였다. 이 사실을 알려주고 증명을 해주었다.

“선생님이 보는 민정이의 장점은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진실 되고 거짓말을 안 해. 그리고 남들보다 근성이 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차분하고 골프를 잘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자기객관화’를 진행하였으며 자신의 모습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질 때마다 민정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리고 ‘화’에 대한 감정코칭을 병행하였다. 민정이는 화가 나는 일에 되도록 화를 내지 않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보다 오히려 입을 닫고 회피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는 생각은 늘 상대와의 소통을 단절시켰고 상대에게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관계적 측면의 미숙함은 마음의 병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고 외로움을 가중시켰다. 심리적 기전을 알 리 없는 민정이의 마음은 계속해서 억압되어졌고 급기야 한꺼번에 폭발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화(禍)라는 감정은 상대로부터의 모욕, 수모, 무시, 인격침해와 같은 자기존엄에 대한 방어수단이며 그러한 정서적 공격에 대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인식에 의한 이성적 판단이라기보다 ‘항상 그러한 내 마음’ ‘무의식의 나’가 취하는 본능적 적응이자 방어기제이다. 쉽게 말해 ‘화를 내야지!’하고 본인의 의지로써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마음의 요동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이라는 것은 본능의 지배하에 있는 것인데 동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진돗개의 뒤통수를 냅다 한 대 쳐보자. 정서적 공격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몸소 체험해 본다면 ‘화’라는 감정은 지극히 자연발생적인 사건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시는 섣불리 건들 생각을 안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화가 나면 화가 났다고 표현을 해야 한다. 인간사회에서는 방법의 적절성을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나의 심리적 반응을 상대에게 알려야 하는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지금 화가 나 있으니 더 이상 안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어떠한 표현이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콱 물어버리든, 인상을 쓰든, 좋은 말로 하든 표현의 방법은 자유롭게, 너에 대한 나의 마음상태를 상대방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비로소 상대방은 더 이상 건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민정이는 또한 감정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의사표현에도 적극적이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고마운 일, 미안한 일, 서운한 일 등에 대해 본의 아니게 말을 아끼는 바람에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말을 안 해도 상대가 그렇게 알아주겠거니 하는 혼자만의 기대에서 비롯된 것인데 모든 상대가 그렇게 기대에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해는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자기객관화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민정이는 이렇게 ‘무의식의 나’를 만나고 감정코칭을 받으면서, 서서히 진정한 나‘를 찾아갔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 민정이는 반가운 얼굴로 날 다시 찾아왔고 한 마디 말로써 나에게 큰 행복을 주었다.

“선생님∼ 이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100번이나 시합을 나갔어도 항상 예민해졌었는데 이번 시합에서는 첫 홀부터, 보기 더블보기를 해도 화가 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몇 달 뒤, 민정이는 시합에서 우승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필드의 신화 마헤스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의상협찬 : 마헤스골프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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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골프, 마음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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