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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의 문화 단상] 패권이야기, 태극낭자 미국 여자투어 호령 '우승 독식'

기사승인 2017.06.13  07: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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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마다 한국 독식, 미국 골프팬 외면 파행 염려 ‘전인지 준우승...그나마 다행?’

▲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로 뛰어오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이 대회에서 전인지는 준우승에 머물며 시즌 네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내가 옳다고 남의 입을 막으면 이 또한 패권주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비판을 허용하고 옳은 지적을 수용할 때 통치자의 그릇이 돋보인다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모처럼 초여름날씨답게 더위가 만만치 않습니다. 워낙 더위를 타는 체질이라 한낮에는 냉방기구 주위를 맴돕니다. 아직은 조석으로 서늘해서 그나마 위안이지만 다가올 맹하(孟夏)의 폭염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오늘은 패권(覇權)이야기를 하겠습니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매뉴라이프 클래식대회에서 연장접전 끝에 태국의 아리아 주타누간(Ariya Jutanugarn) 선수가 우승했습니다. 응원했던 우리나라 전인지 선수가 준우승을 차지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LPGA는 대회마다 우승자가 달라지는 춘추전국시대라서 주말에 LPGA중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LPGA팬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PGA(미국프로골프협회) 골퍼들의 호쾌한 드라이브 비거리에 감탄하며 좋아했으나 LPGA에서 태극낭자군의 우승이 잦아지면서 우승을 보는 재미에 LPGA로 갈아탔습니다. 지켜보니 호쾌한 맛은 남자선수보다 덜하지만 그린 주변에서의 아기자기한 재미는 훨씬 더합니다.

LPGA대회 시즌동안 매주 톱10에 태극낭자군이 보통은 서너 명, 많을 땐 예닐곱 명이 이름을 올립니다. 우승 횟수도 많아 올해 치러진 14개 대회 중 7개 대회를 석권했습니다. 또한 LPGA 상금순위 상위 열 명 중에 7명이 올라있습니다. 이쯤 되면 태극낭자군이야말로 LPGA를 호령하는 패권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주말마다 신명나게 태극낭자군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문득 태극낭자군의 우승퍼레이드가 능사만은 아니라는 노파심이 입니다. 명색이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인데 주말마다 한국계 여성골퍼가 우승을 독식해서 미국골퍼는 속절없이 들러리서는 모습을 지켜보는 미국 갤러리의 심정이 마냥 편할 리 없습니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격이지만 태극낭자군의 LPGA 독주가 미국 골프팬의 외면을 불러와 LPGA대회가 위축될까 우려됩니다.

양궁은 우리나라가 수십 년간 세계를 제패한 종목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독주를 막기 위해 올림픽마다 경기방식이 달라져 당황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자골프도 조만간 태국낭자군의 출전횟수나 인원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제기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성과가 좋다고 매양 좋아할 일만도 아니라서 오늘 전인지선수가 시즌 첫 승 올릴 기회를 놓쳤어도 내심 다행스럽다고 한 것입니다.

패권(覇權)은 강대국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제어하고 국제외교에서 자국의 이익을 강압하는 의식행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원래는 냉전시대에 제3세계를 대표했던 중국이 미국과 소련 양극의 세계 지배를 비판했던 시사용어였으나 이제는 중국이 힘으로 주변국을 윽박지릅니다. 우리나라의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와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동북공정 역시 일종의 패권주의입니다.

국내정치에도 패권주의가 문제입니다. 친박(親朴)은 패권주의로 정권을 말아먹었습니다. 지금 국민 10명 중 9명은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집니다. 고공 지지도는 적폐청산과 개혁추진에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열성지지자들의 지지표명수단이 다소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급인사의 흠결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에게 원색적인 문자폭탄을 날린다고 합니다. 아무리 민주적인 의사표현이라 해도 내가 옳다고 남의 입을 막으면 이것 역시 패권주의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요즘 대통령의 조각(組閣)작업에 어깃장을 놓는 제1야당에 잘 어울리는 속담입니다. 속담의 원래 함의는 자격 없는 자가 남을 함부로 욕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겨에게 깨끗하다는 면죄부를 주는 말도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덜 더럽다고 해서 똥이 청결을 요구하는 말문조차 막아선 안 됩니다. 똥도 겨에게 청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겨 정도 밖에 묻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깨끗한 편이라고 우기면 곤란합니다. 악(惡)의 반대는 무조건 정의라는 형식논리에 갇힌 패권주의가 되기 쉽습니다.

권력이 비판을 억제하면 똥 묻은 비판자가 손쉽게 거룩한 순교자로 격상됩니다. 오히려 비판을 허용하고 옳은 지적을 수용할 때 권력자의 큰 그릇이 돋보입니다. 똥은 당연히 싫지만 그렇다고 겨도 달갑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겨조차 털어내길 바랍니다. 최근에 유시민씨가 TV예능프로그램에서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멋진 말을 했습니다. 찾아보면 권력의 공백을 메울 유능하면서도 겨조차 묻지 않는 인재가 많을 것입니다. 국민은 시간이 걸려도 깨끗한 인재가 발탁되길 바라며 또한 얼마든지 기다릴 용의가 있습니다. 정권이 패권을 방조하거나 독선의 모습엔 박수소리가 길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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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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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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