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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 에세이 35화] 넘어오지 마

기사승인 2017.06.28  07: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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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지 말라는 건지, 넘어오라는 건지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무단횡단하지 마시오.

여기에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초등학교 다닐 때 책상 하나에 둘이 나란히 앉았다.

책상 위에 선 긋고 선 ‘금 넘어오지 마’ 하고 내 영역, 네 영역하였다. 넘어오면 다 내 꺼하던 때도 있었다.

중․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선보다 더 중요한 일들로 뭉쳐 다니기 바빴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서히 사회에 물들면서 많은 선 위에 서 본다. 남이 보면 지켰다가 남이 안 보면 그냥 해버리는 자기만의 도덕 지키기.

옛날 통금 있을 때 친구오빠와 남이섬에 갔다가 배 떨어지고 민박할 때다. 방이 하나뿐이라 펴놓은 이부자리 가운데 베개를 놓고선 ‘오빠, 넘어오면 안 돼’. 지금 생각하니 넘어오라는 건지, 넘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선긋기였다.

축구장에서도 페널티 킥 준비 중에 수비수와 공격수는 어깨를 밀치며 선을 조금이라도 넘어보려 온 힘을 기울인다. 그 잠깐 사이에도.

직장에서도 상사와 부하 사이, 부모 자식 간의 혈육이라도 지켜야 할 도리, 부부간에도 존중해야 할 믿음, 넘어서는 안 될 것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해 선 긋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착하다는 소리보다 분명한 내가 좋고, 지랄 같아도 내가 편하면 자르고 싶다.

이제는 그 선도 희미해졌다. 넘으려면 넘고 귀찮으면 말고, 아니 여유가 생긴 거다.

넘은들 어떠하리오, 안 넘은들 별 일 있겠냐고.

펄쩍거려 뛰던 그 세월은 이제 너무 빨라서 선 그을 새도 없는 거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아직 지켜야 할 선이 남아 있었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이 맡겨놓은 손주들과의 전쟁이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면 받아주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다고 마냥 들어주었다가는 아이 버릇없어진다고 자식들은 야단이다. 살아온 인생 중에 가장 힘든 어려운 문제다.

녀석들은 그 낌새를 잘 안다. 오늘도 군것질 안 하기로 약속하고 놀이터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목마르다’ 하며 물이 아닌 아이스크림를 사달라는데 못 들은 척 걸음을 옮긴다. 마트 앞을 지나니 마음이 조급했던지 손을 잡아끌며 제 땀방울을 가리키며 애원한다.

그 모습에 무너져 선을 넘고 말았다. 녀석들에겐 속수무책이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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