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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39화] 뇌를 즐겁게 하라

기사승인 2017.07.26  08: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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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르고 맞추고 열 손가락 움직여 봐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뇌를 즐겁게 하라.

‘뇌섹남’이라고 남자들이 모여 앉아 어려운 문제들을 풀며 즐기는 TV 프로그램도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한 뇌 훈련 게임이라 하여 신문에 게재되는 ‘두근두근 뇌운동’을 한 장 한 장 오려 스크랩해둔다. 지금보다 더 늙어 걸어 다니기 힘들면 들어앉아 그 게임이나 즐겨볼까 해서다.

시어머님이 알츠하이머로 오랜 시간 버티셨다.

치매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짐 싸서 들고 집을 나가 정처 없이 떠도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패대기를 하는 폭력성 치매, 아니면 아예 없는 듯이 방구석으로만 숨는 치매도 있다.

시어머님 치매는 폭력성으로 함께 자다가도 아버님이 다른 여자를 품고 잔다고 주방에 있는 플라스틱 바가지로 얼굴을 가격해 피가 흐르기도 했다. 아들과 손주는 무서워하면서도 며느리와 손녀딸은 바람난 년에 도둑년이다.

이웃 사람들에게도 집에 있는 바지며 단추를 가져갔다고 내놓으라며 주먹이시다. 결국은 정신과 치료로 진정은 시켰지만, 그 약이 또 사람을 가라앉게 한다. 당신 하고픈 대로 소리 지르시고 물불 안 가리시다 약 기운에 조용해지니 안쓰럽다. 기예 식도도 막히고 콧줄로 식사하면서도 며느리는 알아보고 놀다 가라신다. 그렇게 생을 마감하시는 걸 보면서 우리 몸을 지배하는 뇌를 가만히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 걸렸다 하면 피하거나 가족들은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망령 난 사람이라 하여 돌보기보다는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다.

치매란 어리석은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가 만난 단어로 ‘사람이 점차 어리석게 변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른 말로 노망(老妄)이나 망령(妄靈)으로 불리고 있다. 어리석은 게 아니라 아이로 돌아가는 거겠지. 모든 거 잊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길이니 ‘인지 저하증’이나 ‘노심병’으로 바꾸자는 의견들이 있다. 그도 탐탁지 않으면 그냥 병명인 ‘알츠하이머’ ‘파킨슨’이라 하면 좀 더 고급스러워지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클래식에 젖어 뇌를 키우고 있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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