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윙은 상황과 조건에 맞춰 변할 수도, 유지해야 할 때도 있다
▲ 김인경(29)은 이번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지난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 상황에서 30㎝ 퍼팅 실패로 놓친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恨)을 5년 만에 말끔히 씻어냈다. |
[골프타임즈=유충경 프로] 골퍼들을 만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주된 고민거리는 스윙과 스코어에 관한 것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좋은 스윙과 좋은 스코어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최대 관심사이다.
고민을 듣고 실제 스윙하는 것을 보면 이전에 이야기 하던 고민거리가 뭘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좋은 스윙을 갖고 있는데 왜 고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고 스코어가 기대보다 나오지 않는 것은 스윙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다.
우리나라 골퍼(프로와 아마추어)는 세계적으로 예쁜 스윙을 소유하고 있다는 정평이 나 있다. PGA나 LPGA 중계만 보더라도 알 수 있고 실제로 필자의 경우 2000년 초반 태국과 호주 전지훈련에서 스웨덴과 호주 프로들과 라운드 기회가 생겨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 같이 한국의 프로 스윙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용은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그렇게 멋있는 스윙을 하며, 볼을 똑바로 보낼 수 있느냐?’였다. 그러면서 멋진 스윙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과 볼을 똑바로 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텐데 그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대단함과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내포(內包)하고 있는 듯 했다.
자신들은 그렇게 유지하는 게 힘들어 한 가지 구질을 정해 놓고 구사하다 다른 구질을 구사할 수 있게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 좋은 스윙과 똑바로 보내는 볼보다 다른 것에 더 집중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프로가 이런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스윙과 볼 무브먼트만 보면 여느 톱프로 못지않게 좋은데 필드와 연습에서 실수가 많고 완성도가 떨어졌다.
심층 면담을 통해 알아보니 이 선수는 시합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완벽한 스윙에 대한 욕구가 강해 필드나 연습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샷이 나와도 좀처럼 만족해하지 않고 더 좋은 스윙을 찾아 끝임 없이 탐구·적용하는 것이었다.
분명 좋은 스윙을 찾는 것은 선수로서 당연한 욕구지만 시합 시즌 중에는 스윙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면 연습을 통해 스윙 일관성을 높여 필드나 시합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 정석인데 스윙에 대한 생각이 많다보니 의식이 스윙에 개입하여 실수가 발생하고 완성도를 낮추는 것이다.
분명 교본적인 스윙이라면 좋겠지만 스윙은 상황과 조건에 맞춰 변할 수도 있고 유지해야 할 때가 있다. 또한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은 샷의 한결같은 거리와 방향인 일관성(consistency)에 있는 것이지 폼이 멋진 스윙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스코어에 중요한 스윙 일관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반복 연습이 있다. 반복 연습을 하는 목적은 기존에 있던 스윙 신경망(neural network)의 정보 전달 주체인 시냅스(synapse)가 이루어지는 신경세포의 종말 단추(terminal button : 신경전달물질의 전달 작업이 이루어지는 신경세포 축삭돌기의 말단부분)의 넓이를 넓히는 것이다.
이것은 뇌에서 스윙하기 위해 신경망에 전기 자극을 보낼 때 한 번에 처리하는 양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자동화 단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런 자동화 단계는 필드나 시합 상황에서 무의식적 스윙을 만들어 최상 수행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인데 잦은 스윙 교정과 완벽한 스윙 추구는 스윙이 이루어 질 때 생각이라는 의식이 방해하여 실수를 유발하고 일관성을 낮춘다.
스윙에 집착하고 모든 문제를 스윙이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이 ‘스윙 완벽주의’를 만들고 이런 성향은 자신에게 지나친 강요를 하거나 극단적으로 자기를 비판하고, 개인적 결함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발생된다. 또한 필드나 연습상황에서도 스윙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스윙에서 실수를 많이 하게 된다.
김인경(29)은 이번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지난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앞둔 상황에서 30㎝ 퍼팅 실패로 놓친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恨)을 5년 만에 말끔히 씻어냈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인경은 부정적 감정에 빠져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류 프로들도 실수에 대한 질책은 하지만 다시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의식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실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스윙이나 또 다른 이유로 많은 골퍼는 필드나 연습에서도 볼이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다. 이것은 결국 파국으로 내닿는 행위이고 스코어로 봐서도 많은 실수를 유발한다.
시합 시즌에는 볼의 구질이 심각할 정도가 아니라면 지금 현존하는 스윙에 대한 일관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 슬라이스만 일관성 있게 난다면 싱글 플레이를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슬라이스, 훅을 번갈아 나타나면 많은 스코어를 잃게 되고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 한 가지 구질만 일관성 있게 휘는 것이 충분히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충경 박사
ㆍ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스포츠심리 전공)
ㆍKPGA 프로 및 중앙경기위원
ㆍ심리상담사 1급
ㆍ스포츠심리상담사 1급 수료
ㆍ한양대 교수, 한국골프대학 초빙교수
ㆍ골프 멘탈 트레이너
유충경 프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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