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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1인3역, 39살에 신인상 받은 배우 고원의 무한질주

기사승인 2017.12.05  07: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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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배우의 길 선택 ‘신인상 보상’

고원이라는 이름 하나에 맡겨진 각기 다른... 참모습은 ‘배우’임을 강조한다. 작가이든 연출자이든 역할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지난 달 한국 연극계의 본산 대학로. 그곳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연극인에게는 ‘듣보잡’인 한 여인이 거창한 제목의 연극 연출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연극인들은 우선은 ‘고흐+이상 나쁜 피’란 연극 제목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이 창작극에 그는 연출뿐만 아니라 극본에 더해 출연 배우에까지 이름을 올렸으니 연극인들로서는 호기심 그 이상의 놀람을 숨기기 어려웠다.

여기에 연극인에게 존경받는 극단76의 기국서 연출이 “근래에 보기 드문 훌륭한 극본이다. 이런 작가를 우리 연극계가 영입한 것은 아주 다행스럽다.”라며 환영의 뜻을 보이자 이 1인3역의 인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제대로 한 가지를 해내기 힘든 분야가 연극인데, 연출 극본 연기까지 거침없이 ‘욕심’을 드러낸 무한질주의 주인공은 영화배우 고원(39)이다.

욕심(慾心). 욕심의 한자를 보면 ‘慾’자는 바랄 욕 자(欲) 아래에 마음 심 자(心)가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욕심이란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 얻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누구에게나 욕심은 있다. 욕심이 많으면 화(禍)를 불러오지만, 욕심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그 한계는 모호하다. 기준도 없고, 판결자도 없다. 그가 속한 사회가 기준을 정하고, 그가 얻어낸 욕심의 결과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을 판단할 뿐이다.

주목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거나 유명인일 때, 그의 욕심은 세인의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중예술인, 특히 영화감독이나 연극연출가들의 욕심은 주목을 받는다.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모든 감독과 관객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히치콕 같은 연출가들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끊임없이 진정성을 추구한다. 그들의 예술가적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의 작품 대부분에는 인간의 욕심이 내포돼 있다. 이는 좋은 작품을 추구하는 예술가적 욕심을 영화나 연극을 통해 우회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모든 예술작품에는 예술가의 욕심이 투사된다. 그래서인가. 그들은 비사회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들이 속한 사회(영화연극계)가 암묵적으로 정한 욕심의 기준을 무시하고, 강한 개성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가의 욕심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별난 사람들’이다. 고원도 그들 중 한사람이다.

연출가로서의 고원, 작가로서의 고원, 배우로서의 고원, 연극인으로서의 고원, 영화인으로서의 고원, 고원이라는 이름 하나에 맡겨진 각기 다른 모습들, 어느 쪽이 고원의 참모습일까. 고원 자신은 이에 대해 ‘배우’임을 강조한다. 그는 “작가이든 연출자이든 이들 역할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어떤 직업을 택하느냐에 고민이 없지도 않았다. 주위 전문가들의 평가나 권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쓴 시나리오 ‘인연’은 현재 원로 영화감독 정지영이 영화화 작업 중이다. 정지영 감독은 “미래를 위해 작가를 선택하라”고 권유했고, 기국서 연극연출가 역시 “오랜만에 연극계가 발굴한 희곡작가다”라며 작가의 길로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게임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영화감독 장현수는 그의 출연영화를 보고 “아무 소리 말고 연기에 전념하라”며 배우의 길을 주문해 그를 헛갈리게 했다. 선배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그는 ‘배우’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배우 고원의 특별함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나타난다. 그의 20대 활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몇 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고원도 자신의 활동에 대해 말을 아낀다. 그에게 있어 20대란 시간은 ‘비밀의 화원’에 묻혀있다. 그가 처음 대중에게 알려진 때는 2015년 영화 ‘짓2 : 붉은 낙타’(노진수 감독), 스릴러물인 이 영화에서 주연인 의문의 여인으로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이후 ‘휴가’ ‘수상한 언니들’ ‘위험한 중독’ 등에서 주연배우로 활동했지만 출연작품 대부분이 흥행에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양성영화 성격이 짙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작품의 경우 과도한 노출 장면이 포함되면서 그의 입지를 좁혀버린 탓도 작용했다. 30대 후반에 본격 연기자로 나선 고원. 그에게 장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던 현실적 이유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배우 고원의 고집은 올해 연말 의미 있는 결과를 그에게 안겨주었다. 연극무대에서의 성공적 변신이 첫 번째 수확이었다면, 지난 11월 28일 거행된 제25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그에게 안겨진 ‘신인상’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었다. 그는 “행복하다. 앞만 보고 달리겠다.”라는 짤막한 수상소감을 남겼다.

불혹의 나이를 코앞에 두고 이제야 신인상을 받은 배우 고원. 작가로서, 연극연출자로서도 새롭게 조명된 늦깎이 신데렐라, 그의 유리구두는 자정이 지나도 유리구두 그대로 남아 있을까. 2018년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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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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