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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데이트 2] 김현희 시인, 시 중심에는 시인의 영혼이 있어야

기사승인 2018.02.09  08: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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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와의 소통 부끄럽지 않은 시집 꾸준히 내

‘어둠이 말 걸다’ 시집…서점가 화제의 중심에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어둠이 말 걸다’ 시집이 서점에 나가자마자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현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서점가에 배부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재주문’이라는 판매고를 올렸다. 시집은 팔리지 않는 문학도서의 하나로 낙인찍힌 서점가에서는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화제의 주인공 김현희 시인을 만났다.

생활의 모든 것을 시의 소재로 삼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새삼 그 속담을 실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저를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더구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글쓰기는 가장 좋은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문학에 입문한 것은 30대 후반입니다. 뭐랄까? 잠재돼 있던 문학에의 욕망이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삶의 중요한 자리’라는 말이 사뭇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럴 수밖에요. 가정이란 울타리 안의 안주에서 또 다른 나만의 삶을 찾는 몸부림이었으니까요. 김현희라는 한 여인이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서가 아닌 ‘나’라는 정체성을 찾는 길의 선택이 시였습니다. 그때부터 인터넷과 유튜브의 문학관련 강좌와 책을 섭렵하며 시 습작에 전념했습니다.

◼독학으로 시인이 되셨다? 문학아카데미에 다닌 적도, 누구에게 사사 받은 적도 없고? 말 그대로 고독한 고행이었군요?
"고행까지는 아니고요. 힘들긴 해도 즐거웠습니다. 비록 엉성한 습작이지만, 시의 탈을 쓴 글이 한 편, 두 편 늘어나면서 제 모습도 그려지고 있었으니까요."

◼2009년 등단했는데, 등단의 동기가 재미있어요. 금의환향도 했고...
듣고 보니 그러네요.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제 고향이 신안군 안좌면이에요. 당시 신안군 출신만으로 구성된 신안문학회에서 매년 각 지역을 돌며 백일장을 열어주었는데 제 고향 차례가 됐어요. 그때 시인이라는 명패를 달고 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선배님들의 조언에 등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침내 40대 중반에 시인이 되었는데, 어때요? 되기 전과 된 후의 삶이?
질문이 참 공격적이네요(웃음). 시인이 되기 전의 이야기는 그렇고……저에게 시는 산소이자 친구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시 한편 짓고 나면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도 시가 큰 역할을 합니다.

제 나이 38살에 암 투병을 시작한 작은언니가 제가 44살이 되었을 때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그 시간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고, 누구에게 그 심정을 다 털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시가 있어 그 시간을 견뎠고 오늘 이 시간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시집 ‘달팽이 예찬’에는 언니에 관한 시가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달팽이 예찬에서 말한 그리운 당신은 대부분 언니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언니는 6남매 중에서도 유독 저랑 가까이 지냈습니다.

◼자신의 시문학 세계를 요약해달라는 말에 김 시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 몇 마디 속에 김 시인의 시문학 철학이 담겨 있었다.
저는 저를 중심으로 한 시를 씁니다. 자연을, 사랑을 노래해도 언제나 그 중심은 저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생활의 모든 것을 시의 소재로 삼아 자연과 접목시켜 시를 씁니다.

시인은 시인의 목소리가 있어야...
김 시인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제1시집 ‘달팽이 예찬’에 실려 있는 ‘다리미질하다가’를 꼽는다. 다리미질하다가/ 구겨진 마음을 다리다가/ 와이셔츠 다섯 개/ 단춧구멍/ 다 채우고픈/ 모난 사랑까지/ 꾹 눌러/ 다렸네(‘다리미질하다가’ 전문)를 대표작으로 선정한 이유와 배경을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숨어 있는 시이고 투정인 듯하지만, 남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가득 들어 있는 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루 24시간을 시상 생각으로 채우지만, 시작(詩作)이 막혔을 때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일기형식의 시로 만들어 본다는 김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아픔과 보람’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많은 시인의 정말 좋은 시가 빛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소위 유명 시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장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반면에 ‘다솔문학’이라는 시인모임을 통해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서로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시를 통해 삶의 희망과 행복을 찾는 다솔문학 회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시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을 꼬집어 말한다면, 시인은 시인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고 그름이 확연한 사회적 이슈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고 뒷걸음질 치는데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시인들이 그렇게 사회적 역할을 할 때 독자들은 더욱 시인을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을까요.”

◼시인으로서 시문학계와 시문학 늦깎이 입문자에게 당부한다면?
‘내 시가 최고다’라는 당당함도 좋지만, 후배 시인들을 격려하며 작품 발표의 많은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문학은 시뿐만 아니라 어느 장르이든 입문나이가 따로 없는 정신건강에 좋은 예술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빠른 출발이라는 말처럼 적극적인 열정으로 문학 세계를 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등단 10년차의 김 시인은 제1시집 ‘달팽이 예찬’, 제2시집 ‘어둠이 말 걸다’ 등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앞으로 독자와의 소통이 부끄럽지 않은 시집을 꾸준히 내며, 욕심 없이 물 흐르는 대로 살겠다는 김 시인.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잊지 않았다.

정병국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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