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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은의 문화 훈수] 출판사와 작가는 죽여 놓고 노벨상을 꿈꾸는가

기사승인 2018.04.09  00: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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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나라 작가는 좋은 책을 못 쓰냐고?

[골프타임즈=김기은 소설가] 광화문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대형 서점을 들렀다.

우리나라 최고의 서점이라 그런지 그나마 그곳에는 사람들이 좀 있지만, 필자가 사는 일산에는 큰 서점들이 이미 많이 사라졌고, 남아있는 곳도 가보면 책들만 덜렁 놓여있을 뿐 사는 사람은 없고 썰렁한 냉기가 돈다.

사는 사람은 미미한데, 매일매일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속에서, 경쟁을 뚫고 살아남는 책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매대 한자리를 차지하고 올라가 앉는 것부터도 전쟁이니, 팔리는 것은 둘째 치고 그나마 일주일이상 진열대에 버텨만 있어줘도 기특한 거다. 대형 출판사나 유명 작가라도 되서 광고라도 팍팍 때리면 모를까, 무명작가들이야 매대에 진열이라도 돼야 시선이라도 한번 받지 책장에만 꽃아 놓으면 누가 알고 찾기나 하겠는가?

책을 내고 나면 출판사나 저자는 자식을 낳은 듯 뿌듯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뿐, 자식을 세상에 내던져 놓은 부모처럼 여간 불안하고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 녀석이 제 자리도 못 지키고 쫓겨나면 어쩌나, 존재감도 없이 구석에 틀어박혀 있다가 제 밥벌이도 못하고 사장되면 어쩌나…

독자야 그저 휘휘 둘러보고 가면 그뿐 이지만 책 한 권에는 저자나 일러스트 편집자 등등 출판 관계자들의 수많은 노고가 깃들어 있다. 특히 긴긴 시간들을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신과 육체와 눈을 혹사해가며 글을 쓰는 작가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나면, 머리가 하얗게 새거나 홀라당 빠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만큼 머릿속 진이 다 빠져나간 듯해, 자기 글인데도 한동안은 다시 읽어보기가 싫어질 정도다.

사람들은 책이며 출판물에 대해 너무 개념이 없다. 책 한권의 숨겨진 그 가치를 보려하기 보다는 인쇄된 종이 뭉치 보듯, 너무 쉽게 공짜로 받으려고만 한다.

친구나 지인이 작은 가게나 식당을 내면 일부러 찾아가서 팔아주고도 오는데, 묘하게도 책을 냈다고 하면 그럴싸한 커피점에서 커피를 사줄망정 책 한 권 사주는 것에는 참 인색하다. 냉랭한 반응에 익숙한 나 같은 무명작가로서는 빈말일망정 축하 말 한마디도 감사할 노릇이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 작가로 살려면 굶어죽을 각오를 하던가, 집안에 돈이 많아 취미처럼 우아하게 글을 쓰던가. 뭔가 다른 밥벌이용 직업을 겸하던가 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형 서점들이 앞장서서 하나같이 작가와 출판사사장 굶겨죽이기 딱 알맞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서점이 온라인 중고판매 시스템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나 출판사의 입장은 아랑곳 않고 앞장서서 중고 책장사를 겸하고 있으니 정말 문제다.

오프라인 때는 중고 서점이 좀 있어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독자들은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고서적이나 귀한 책이 아닌 이상은 굳이 헌책방까지 찾아가서 중고 책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온라인화 되어있다.

독자들은 한번 읽고선 중고 시장에 내놓는다. 되 팔 생각으로 깨끗이 읽어 새 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가격은 당연히 저렴하다. 이렇게 중고 책 거래자들은 저작권료 한 푼 지불하지 않은 채, 한 번 읽고선 자기네까리 되사고 되팔며 이득을 얻는다.

베스트셀러의 경우는 얼마 지나면 온라인 중고 사이트마다 수백 권씩 중고 책이 깔려있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1쇄 찍어서 내놓고 나면 한번 빠진 다음부터는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서 거래가 돼버리니 2쇄 찍기를 고대하던 출판사와 작가는 그때부터 배곯아죽는다. 1쇄에서는 투자비용 빼기도 힘들고 2쇄부터 비로소 이익이 창출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2쇄는 거의 안 나간다. 중고 책 사이트에 들어가면 상중하로 나뉘어져 가격도 다양하게 수백 권의 책이 깔려있는데 굳이 새 책을 살 필요가 없어지는 거다. 심지어 인터넷 서점에선 “이 책을 되팔면 얼마” 라고까지 나와 있다.

작가는 그들을 위한 봉사자인가? 출판사도?

중고서점을 없애라는 게 아니다. 시대에 역행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시대가 변한만큼 시스템도 변해야 한다. 개선하라는 것이다.

개인끼리 만나서 주고받는 것이 아닌 중고 서점이라는 대형 사업채를 끼고 쉽게 대량 거래 되는 이 시스템은 상당히 문제가 있으니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 중고 사이트는 엄연히 재판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 경우는 출판사와 저자에게 판매금의 일부가 돌아가야 마땅하다. 왜 피 말리며 온 정신을 쏟아 부어 작업한 남의 작품을 저작권료 하나 지급하지 않고 재판매라는 사업으로 이익창출을 해서 자기네끼리 나눠 갖는가.

그야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익은 엄한 사람이 갖는 것이다. 아예 버젓이 오프라인 중고매장까지 운영하면서 이익을 창출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작가다. 출판사는 첫 판만 우리가 만들어 깔아줄 테니 그다음엔 빈병 거둬들이듯 거둬 순환시켜 장사하시라고 그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책을 만든 게 아니다.

책은 공산품 같은 단순 물건이 아니지 않는가. 디스켓처럼 그 안에 담긴 하드가 중요한 물건이다. 더구나 책은 잘못하면 음질이 손상되는 중고디스켓과는 달리, 중고 책이든 새 책이든 본질인 내용은 변함이 없다. 책의 절대적 가치는 오로지 이 내용이다.

노래는 이제부터 영업장소에는 함부로 트는 것이 금지란다. 뉴스나 방송 유튜브에서 틀어주는 것도 금지다. 카페, 음식점 거리 등에서도 이제 노래를 들을 수 없다. 말하자면 영업용으로는 함부로 틀 수 없다는 것이다.

책도 그래야 한다.

한번 샀던 책은 영업목적으로 재판매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아니면 중고 판매 이익금의 몇 할을 저자와 출판사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잘되어있는 도서관도 문제다. 책을 사지는 않고 빌려만 읽으려고 하면 출판사와 작가는 살 수가 없다. 이렇게 공짜가 만연한 시스템에서는 사람들이 책사기를 아까워할 수밖에 없다. 공짜로 빌려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누가 돈 주고 책을 사겠는가?

적어도 도서관은 출간 된지 1년 이내의 책은 구비하지 못하게 시스템화 해야 한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동안에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꼭 읽고 싶으면 지금 사서 읽던가, 한 1년 기다렸다가 빌려 읽던가 하면 된다.

아니면 1년 이내의 책은 도서관에서 저작권료를 내고 저렴하게 빌려보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책 대여점도 당연히 책을 통한 영업행위니만큼 저작권료를 내야한다. 비디오나 음악도 그렇게 하지 않나.

만 원짜리 책 한권을 사면 5~7천원에 되파는 독자는 결국 3천원에 책을 사서 읽은 셈이다. 헌 책을 재 구매해 다시 이익을 얻어 영업하는 대형 서점은 이래 파나 저래 파나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독자를 꼬드겨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투의 장사꾼 적 기질로 자꾸만 중고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술장사도 아니고, 적어도 지성을 파는 책장사라면 작가와 출판사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하고 지성인답게, 그들과의 상생을 한번쯤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닌가.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거라며 무조건 도서관 많이 지어 새 책이 출판되어 나오면 마구마구 빌려 대여해주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작가와 출판사는 중고 매장의 장사꾼들이나, 도서관 공짜 독자를 위한 봉사자도, 봉도 호구도 아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엄연한 직업인이다. 영화나 음악 CD는 그렇게 공짜로 돌리지 않는다. 도서도 저작권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런 식의 보완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작가나 출판사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책도 많이 안 읽으면서, 중고서적이 만연한 나라. 공짜로만 읽으려드는 독자.

출판사도 죽이고 작가도 죽이면서, 자국의 노벨문학상은 꿈꾸고 있는가.

왜 우리나라 작가는 좋은 책을 못 쓰냐고?

좋은 책을 내면 알아봐 줄 건가. 사주기는 할 건가.

아하! 노벨상 타면 소장용으로 사시겠다?

김기은 소설가|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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