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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78화] 배워서 남주냐?

기사승인 2018.04.25  18: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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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도 기름 치고 닦아 줘야 잘 가는 거야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장거리 여행 나설 때는 자동차 점검부터 한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타이어 공기도 채우고 브레이크도 체크한다. 손안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도 기계다. 쓰고자 할 때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얘! 말도 마라. 스페인 갔을 때, 그 광활한 들판에 해가 지는데 내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 해 뜨는 나라 스페인에 석양이 그렇게 불타오르다니. 그걸 찍으려고 동영상을 켰는데, ‘메모리가 꽉 찼습니다’만 계속 뜨는 거야. 내 속이 타들어 가드라.”

옆 사람에게 물으니 모른다 하고 가이드에게까지 물으니 ‘저장 공간이 없네요. 만드셔야죠.’ 하는데, 아! 그걸 내가 몰라서 물었냐고. 나도 아는데 방법을 모르니 물은 거지. 너나 나나 똑같구나 싶은 것이 아는 척은 왜 하는 거야 싶더라고. 얘만 옆에 있었어도 해결됐을 것을. 협곡에 뜨는 쌍무지개며 아빌라 성곽과 그 안의 도시, 백설 공주 뾰족 탑은 어쩌고. 다시 또 내가 거기에 가겠냐고. 그때 생각에 화가 치민다.

동네 문화센터에서 스마트폰 활용법도 가르친다고 얘기할 때 갔어야 한 걸 후회했다. 알고 보니 저장된 사진 중에 지우고 찍는 방법도 있더구먼, 그걸 아는 사람이 없어요.

“야! 나는 찍어 온 사진도 다 날아갔다. 뭘 건드린 건지 알 수가 없는 거야. ‘위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만 나오고. 그래서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해 봐도 안 돼서 서비스센터 갔다. 뭐 바이러스가 걸렸다나. 암호가 걸려서 안 된대. 웃기지 않냐? 기계가 바이러스 먹었댄다.”

그동안 찍은 사진이며, 저장해둔 음악이며, 카톡 내용도 다 날아간 거야. 처음 핸드폰 샀을 때의 상태로 돌아가야 된다는 거지. 기가 막혀서…

손자 녀석 태어날 때부터 백일, 돌잔치 사진 찍은 게 가득한 것을 다 담고 다녔는데, 다시 돌아가 찍을 수도 없고. 그 사진 보는 재미로 살았건만, 그럴 수가 있냐고. 어이없더라.

“그러게. 문화센터 수강 신청하고, 얘처럼 우리도 포토북 제작해보자고. 복잡한 거 빼고 기본은 알아야 편리하게 쓸 수 있지. 핸드폰도 기계잖아. 배워 남주냐? 이참에 나도 컴맹 탈출해보자.”

역시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양이다. 미친 소리 말라더니 제 발로 배우러 간단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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