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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캐디 출신 배우 김미나, 그의 연극무대는 필드보다 아름답다

기사승인 2018.08.15  13: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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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와 재능 겸비하며 ‘신인답지 않다’ 연기력 호평

[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누구나 스타를 꿈꿀 수 있지만, 아무나 스타가 될 수는 없다. 대중예술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은 일견 상식적이고 익숙한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같은 주장은 절반 이하의 진실이다. ‘스타’가 아니라 ‘배우’에 적용하면 전혀 다르다. 누구나 배우를 꿈꿀 수 있고, 배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의 세계는 공평하고 평등하다. 연령, 지역, 학력, 외모 등등 배우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이 요구되지 않는다. 하려는 욕망이 가득하고, 저마다의 ‘끼’와 ‘재능’을 찾아내 갈고 닦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재능 없는 스타’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배우’를 더 필요로 하는 현실이다.

연극의 메카 대학로, 150곳이 넘는 소극장에서는 오늘도 100편 가까운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이들 작품에 참여하는 연극인은 하루 1천여 명에 이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저마다 다른 조건을 지닌 배우들이 ‘내로라’ 하며 경쟁적으로 무대를 누빈다. 눈에 뜨이는 배우는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관계자들은 “저 배우 누구야, 뭐하던 친구지”하고 궁금해 한다. ‘끼’와 ‘재능’을 보았기 때문이다.

배우의 성장 가능성이 보이면 “뭐 하던 친구지?”하는 호기심을 갖게 마련이다. 배우의 전직(前職)이 화제에 오르는 이유이다. 배우의 전직 가운데 가장 많은 분야는 대학이나 전문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연기를 전공한 학생이다. 그 한편으로는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경제활동)을 하다가 배우로 전업한 늦깎이 신인도 적지 않다. 현재는 배우라는 직업이 ‘자신의 옷을 입은 것처럼’ 잘 어울리지만, 배우가 되기 이전에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진기주(삼성SDS컨설턴트), 원빈(자동차정비공), 이시영(찜질방매점운영), 송중기(쇼트트랙선수), 소지섭(수영선수), 강예빈(유치원교사), 나르샤(옷가게종업원), 송혜교·한채영(피겨스케이팅선수), 김남주(시청공무원), 홍현희(제약회사직원) 등이 연기자 전업으로 성공한 배우들이다. 그들은 “살면서 직업 하나로 평생을 살 수 있는지, 내가 이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지, 아니면 진짜 이 직업이 나한테 알맞은 직업인가,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다고 고백한다.

요즘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신인 가운데 한사람인 배우 김미나, 그도 이색 직업인에서 배우로 전업했다. 그의 전직은 캐디. 센트리21CC(문막)에서 6년, 벨라스톤CC(횡성)에서 1년 등 경력 7년의 캐디였다. 인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풋풋한 20대를 필드에서 보낸 그가 지난 봄, 서울 대학로에 나타나 본격 배우로 전업했다. 그리고 대학로 진출 첫 작품 ‘나르키소스’(연출 최철, 8월 19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76극장)에서의 열연으로 평론가 연출가 등 관계자와 선후배 배우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나르키소스’는 ‘반도체소녀’로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루었던 ‘문화창작집단 날’의 작품. 지난 2011년 초연 이후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 연극이다. 여기에서 김미나는 주요 배역인 ‘케이’(K)를 맡아 임신, 출산, 인구감소 등의 메시지를 세밀한 연기로 풀어냈다. ‘출산공장’에서 아기를 생산해내는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능청스럽게 보여주면서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무대 경력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신인’이었고, 노련한 연기력으로 ‘신인답지 않다’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사연을 알고 보면 그는 배우로서 신인이 아니었다. 캐디 이력 못지않게 배우 경력도 풍성하다. 10대 여고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고향인 원주를 주무대로 활동해온, 강원도 연극계에서는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캐디로 경제활동을 했지만 틈틈이 무대를 찾았다.

2009년 ‘고통의 바다’로 데뷔한 이후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녹차정원’, ‘몽타주’, ‘수업’ ‘꽃물’ 등 20여편에 출연하면서 강원도 연극의 ‘젊은 피’ 역할을 해왔다. 그 공로로 한국연극협회 강원지부 신인상을 수상(2016)했고, 한국연극협회 원주지회 연극인들은 지난해 그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캐디가 본업이며, 연극이 취미인 듯하지만, 실상은 배우가 본업이었고, 캐디는 생계 수단으로서의 알바였던 게 맞다.

김미나의 ‘배우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배우’에서, 아무나 될 수 없는 ‘스타’를 향한 그의 꿈은 계속된다. 그는 지난 4월 강원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씨어터컴퍼니 웃기’의 창작극 ‘나비의 꿈’을 끝으로 잠시 강원도 연극인 생활을 중단했다. 그리고 본격 연기자로의 도전을 위해 서울로 생활근거지를 옮기고 대학로에서 꿈을 이어가고 있다. 대체로 그의 대학로 데뷔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연극뿐 아니라 영화와 TV드라마 활동도 병행할 계획인 캐디 출신 배우 김미나의 ‘홀인원’을 기대해본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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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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