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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95화] 사랑하는 당신에게 전하는 330원의 행복

기사승인 2018.09.05  12: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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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가 만 편지 생각나면...‘나는 밤낮으로 그대를 생각합니다’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온 손편지 속에 든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다. 가끔 잊을 만하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가 온다. 편리한 통신 수단인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손편지가 반갑다.

“편지 쓰는 건 사랑이야. 너를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인 거지.”

우선 문구점에 들러 예쁜 편지지를 고르고 편지를 쓰는 거야. ‘사랑하는 친구야’부터 낯간지러워 못 하던 말들을 담기도 하고, 내 얘기도 쓰며 받는 사람의 안부도 물어야지.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아니더라도 나만의 독백도 들어줄 친구라면 좋은 거지. 그리고는 하얀 봉투에 넣고 봉투 왼쪽 위엔 보내는 사람 주소와 이름을 적는 거야. 오른쪽 아래에는 받는 사람 주소와 이름, 그리고 주소지 우편번호는 다섯 자리 검색하여 적어 넣고 우체국을 찾아가는 거지. 우표를 사고 뒷면에 살짝 침을 발라 봉투 오른쪽 위에 붙여주고 빨간 우체통 안에 넣는 거야. 내 마음도 함께.

그러면서 친구는 행복한 얼굴이다.

하얀 종이 위에 펜을 들고 편지를 읽어 줄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쓰고 또 쓴다. 쓰다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쓰고, 다 쓰고 나서도 몇 번씩 읽어 본다. 그렇게 쓴 편지를 들고 거리에 나서면 마음도 가볍고 왠지 가슴 설렌다.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답장이 없는 거야. 자기 마음이 답이란다. 할 말을 잃었지. 그런데 나중에 주변 친구가 ‘그 편지 나달나달 하다고, 얼마나 꺼내 자랑하던지.’ 하는 말에 내 마음이 다 쓰러졌다.”

결혼하기 전에, 그리고 신혼 초에 썼던 편지들이 새삼 그립다. 생일카드가 아니고, 연하카드가 아닌, 이야기가 들어있는 편지글.

군대에서 아들이 보내온 군사우편. 그것처럼 진실한 편지가 또 어디 있을까. 간직한 편지 중에 두 번째로 친다. 단연 첫 편지는 그이가 보내온 단 하나의 청혼편지. ‘나는 밤낮으로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 옆에 항상 당신이 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린 많은 일을 이루어냈다.

구월이다.

아직 서로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아내에게, 남편에게 편지 한 통 쓰자. 사랑하는 아들아, 친구야, 선생님, 부모님께. 그리고 내게도 감사의 편지 한 통 쓰자.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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