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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102화] 달라도 너무 달라

기사승인 2018.10.24  0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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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애정은 남아 있으려나?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어떻게 살았을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결혼하기 전엔 모든 것이 나와 맞는 것 같고, 아니 나의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는 수호천사처럼 보였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해주고, 나만 바라보며 섬세하게 사랑으로 가득 찼다.

“남편이 나랑 여행 취향이 맞다 여겼다. 이번에 미국 다녀오면서 다시 알았다. 우린 전혀 맞는 게 없다는 걸.”

비행기 타자마자 시차 적응한다고 잠부터 자는 남편을 보면서 현명하구나 하고 처음엔 생각했지. 그런데 이건 비행기에 내려 이동하는 동안에도 잠이고 목적지에 도착해도 내릴 생각을 안 한다. 그동안 못 잔 잠을 자겠다는 건지, 그 먼 나라에 가서 잠만 자다 왔다는 거다.

거기다 외국엘 나갔으면 현지 음식도 먹고 길거리음식도 먹어봐야지. 오로지 고추장에 불고기만 찾으면 뭐 하러 그 먼 곳에까지 간 건지 묻고 싶다.

“왜 맨날 나만 참아야 하는데? 차라리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눈치라도 없으면 말본새라도 있어야지. 그도 아니면서 나서는 걸 보려면 내가 울화통 터진다.”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인사만 하고 가라 했더니 눌러앉아 이 얘기 저 얘기 아무 말이나 던지는 남편이 싫다. 허세 부리는 것도 싫고 아는 척하는 것도 짜증난다. 너무 안 맞는 남편 때문에 힘들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해보다 독설이 먼저 나가고 잠자리에서 코 고는 것도 듣기 싫다고 발길로 침대에서 밀어낸다. 필요할 때는 나타나지도 않았으면서 모든 걸 다 해준 것처럼 떠드는 것도 들어줄 수 없단다.

남편도 할 말은 있다. 그리도 다소곳하던 아내가 사나워졌다고 투덜거린다. 아니 조용한 외침이다.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보는 아내가 낯설다. ‘앞으로는 구속하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지내라’면서도 퇴직금은 다 챙겼으니 날개 접고 얌전해지라는 무언의 압력에 맞설 힘이 없다.

달라도 너무 달라졌단다. 쓸쓸함에 술 한 잔 하고 아내에게 그동안 당신 덕분에 행복했노라 했더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 그만 마시고 운동하라고 쏘아붙인다. 다정한 여인은 온데간데없이 여전사만 남았다.

같이 한 집에서 한솥밥으로 살았건만, 부부가 서로 다르다. 행동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서로가 최선을 다해서 살았건만 남아있는 건 아픈 기억뿐이다.

‘결혼은 하늘에서 맺어주고 땅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직 애정은 남아 있으려나?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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