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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107화] 왜 이러고 사니?

기사승인 2018.11.28  11: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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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흘러가는 세월 따라 쌓이는 푸념들...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못다 한 이야기들이 많다.

오리 한 마리에 각종 야채 넣고 조개와 문어뿐인가, 전복은 양념이다. 한 상 가득 한 해를 보내는 보양식이 차려졌건만 저 혼자 끓고 있다. 그동안 밀린 보따리들 풀어놓느라 정신없다.

“난들 이러고 살고 싶겠니? 올 1월에 시작한 다이어트가 오히려 몸이 늘었으니 이를 어찌한다냐? 머릿속엔 매일 해야 하는데 하면서 몸이 말을 안 듣는 거야.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해야지 하는 것이 한 해 다 가고 내년에나 할란다.”

이 맛난 산해진미를 그냥 두는 건 음식에 대한 음식에 대한 모독이라나 뭐라나. 그 맛이 생각나서 참을 수가 없단다. TV만 틀면 먹방 이요, 맛 집도 알려주겠다. 잘생긴 남자 쉐프가 보기에도 아까운 요리를 해주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느냐는 항변이다.

“난 도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시집간 딸년 출산 조리해 주고 나니 친정엄마 병원에 입원하셔 병간호하느라 또 초주검이다. 여행 한 번 못 가고 모이자 떠나자 말 만 늘어놓고 친구들과 차 한잔할 여유도 없이 가버렸다. 한 해가.”

언제나 헤어날까 싶어 떨치고 나서야 한다면서 문화센터 수강 신청 해 놓고도 딸 전화에 엄마 전화에 달려가느라 반도 못 들었단다.

자식이 클수록 걱정도 배가 된다더니 딸려온 식구들까지 건사하려니 몸이 열둘이라도 부족하겠다.

“왜 이러고 사는 거니? 그래도 넌 애들 결혼이라도 시켜 손자까지 봤지. 난 저 두 아들 어쩌냐? 올해도 그냥 넘기려나 보다.”

한숨이 깊어가는 친구들은 음식엔 관심 없고 가는 세월 따라 쌓여가는 푸념이다. 신년에 새로운 마음으로 스타트했는데, 벌써 다 흘려버리고 한 달 남은 시간에 매달려본다.

장작불 땔 때는 연탄불이 부럽더니, 가스 불도 유해하다 하여 인덕션으로 바꾼 세상은 편리해졌다. 편리해지면 뭐하나?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일은 더 많아졌으니, 백세시대가 원망스럽다 아우성친다.

세월은 가고 인생은 남는다는데, 우린 어디만큼 서 있는 걸까?

그리고 난……무엇을 남기는 걸까?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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