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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작가산책] 이경미 시인의 詩세계, 자연친화 속에서 삶의 진실을 노래

기사승인 2018.11.29  09: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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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인간의 정서와 얼마나 친화하는지 시로 보여줘

▲ 낙엽과 이야기를 나누는 망중한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무지렁이 아낙이 미쳐가고 있다. 밥 대신 시를 짓고, 찬거리 손질 대신 시를 다듬었고, 별 달 꽃들도 따 담아 보글보글 끓였다’고 고백한 밀양이 고향인 이경미(59) 시인. 도전 십년 만에 당선 전화를 받던 날 너무 좋아서 껑충껑충 뛰다가 치마폭에 걸려 넘어져 거실에 뒹굴었다는 시인의 詩세계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첫 시집이 출간됐다. 소감이 남다를 텐데 어떤가?
첫 시집을 대하는 순간 솔직히 눈물부터 나더라. 애써 참았지만, KTX를 타고 아산으로 귀가할 때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아! 이제 비로소 시인이 됐구나. 라는 기쁨보다 시 속에 나를 세운, 이경미라는 한 여성이 대견스러웠다.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제2의 인생을 열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토대로 인간 심리를 시에 담아
▲ 첫 시집 출간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이경미 시인에게 시가 주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행복한 질문이다. 느지막이 등단 길에 올라 글과 소통하니까 외롭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다보니 나날이 새롭다. 젊었을 때보다 더  뜨겁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시가 준 삶의 의미이다. 너무 정직하게 대답했나요?

오히려 통속적인 질문을 감싸줘서 고맙다. 그렇다면 이경미 시인의 시문학 세계는 무엇인가?
자연을 토대로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고 싶다. 말 못 하는 식물이나 미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동공을 넓히고 귀를 연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품어보면 똑 같다. 자연에도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어 나는 그 목소리를 시에 담고 싶다. 

예를 시로 든다면?
글쎄요? 질문의 요지가 매우 물증 추긍적이다.(웃음) 아직 연륜이랄 것도 없는 무명시인이라 나의 시문학을 대변하는 작품은 없다. 그러나 꼭 거론한다면 ‘육쪽 마늘’을 뽑고 싶다. 이 시의 숨결은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이다. 어머니는 늘 자식 곁에 있듯 마늘도 껍질 속에 여섯 자식을 품고 있다. 그 마늘에서 모성애와 형제자매의 모습을 보았다. 짧은 시라 낭송하기도 쉽다.

‘허물만 남은/ 엄마 품에// 서로의 체온으로/  소리 죽여 껴안은/ 육 남매’

낭송 목소리가 참 좋다. 시의 배경은 이 시인의 어머니와 형제자매 이야기인가?맞다. 빛이 바래 쭉정이가 되어가면서도 알맹이를 보호하려는 희생이 바로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다. 그런 어머니가 허물어질까 봐 말없이 서로를 꽉 잡아주며 의지하는 모습이 우리 육남매와 흡사해서 가족 사랑의 시로 썼다. 때문에 애정이 많이 간다.

▲ 캘리그라피 작업실

시인들이 싫어하는 질문이다. 시작(詩作)의 나쁜 습관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의 시상은 사물로부터 나온다. 시의 주제가 사람이든 자연이든 또는 무생물이든 무엇인가 통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 뭐랄까? 시상의 주제와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한 행(行)도 못쓰니 상상력이 많이 부족한 시인이 분명하다(웃음).

시인의 올바른 자아만이 사회에 기여
▲ 그렇다면 시맥이 막혔을 떄 어떻게 해결하나? 범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습벽은 없는가?
없다. 난 한 가정의 아내요, 어머니다. 그 안에서 모든 작업이 진행된다. 시맥이 막혔을 때는 그냥 마음 한 곳에 쌓아둔다. 애써서 풀어가려하지 않고 보다 시상의 주제와 내가 하나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시는 ‘소통의 예술세계’가 아닌가. 시와 독자가 그렇듯이 시인과 시상 역시 감성의 소통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시가 탄생된다.
시인으로서의 아픔과 보람이 있을 것이다.
친정아버지에게 딸이 늦깎이 시인이 되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다. 그러나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시에서 묘에 ‘시집 한 권 놓아드리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이제 그 소원을 풀 수 있게 됐다. 너무 이기적인 대답일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자식으로서, 시인으로서의 가장 큰 보람이다.

남편과 자식들의 달라진 눈빛도 보람이다. 뭐랄까? 우리 엄마가, 내 마누라가 시인? 뭐 그런 신기한 눈빛에 어깨가 으쓱거린다. 또 독자들로부터 소소한 글 한 줄이 눈물겹게 와 닿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보람과 부담스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시인은 예술가이자 공인이다. 사회적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감동을 주는 게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시인은 시인다울 때 시인으로서 비로소 존경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인의 자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바른 자아의 시인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시인은 늦깎이다. 뒤늦은 시문학 입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늦었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시의 세계에는 늙음과 젊음이 없다. 나이를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면 된다. 도전의 끝은 밝은 양지 아닌가. 이렇게 말하고 보니 꼭 토정비결 투로 권고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앞으로 계획과 이상적 꿈 말고 현실적 계획을 들려 달라?
동시집을 내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동시 세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또 동시와 시의 캘리그라피 전시회로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것은 분명 시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이자 꿈이다.

▲ 이경미 시인 첫 시집

정병국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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