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조건
하느님이 만드신 산처럼
힘세고 나무처럼 멋있는
여름 햇살처럼 따뜻하고
자연처럼 관대한 영혼을 지닌
안온한 밤처럼 다독일 줄 알고
역사의 지혜를 깨달은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강하고
봄날 아침처럼 기쁜
영원한 인내심을 가진 남자
하느님이 이 모든 걸
주시고 더 추가할 것이 없을 때
당신의 걸작 품이
완성되었다는 걸 아셨다.
그래서
하느님이 그를 아버지라 불렀다.
- 저자 미상(외국), [아버지의 조건] 전문-
*위 시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몇 글자 빼고 넣고 행간을 조절했음을 밝힌다.
버들가지처럼 약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천식을 심하게 앓아 온 밤을 앉아 세던 아이. 결석과 조퇴로 학교는 반주생활, 몸이 아프니 성격조차 까칠했다.
다행이었는지 자라면서 음악을 좋아해 밤을 지세며 핫 뮤직(때려 부수는 듯 빠른 템포)을 듣고 오락을 즐기면서 컴퓨터 앞에서 살았다.
‘저 애가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결혼생활이나 할 수 있을까!’ 만년 근심 덩어리였다. 그런데 대학 졸업 전에 합격통보! 경제가 얼어붙은 IMF 시절 취직이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었다. 그 애 엄마는 이건 기적이다! 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 비리비리 소년이 예쁜 처녀와 결혼하여 아버지가 되었다. 그것도 쌍둥이 아빠가 되었다. 한 녀석은 팔에 매달리고 또 한 녀석은 허리를 휘감아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헐크가 되었다.
쌍둥이들은 자기 아빠가 세상에서 젤로 힘세고 젤로 너그럽고 말만하면 마법처럼 무엇이나 품에서 내어주는 마법사라고 여긴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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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