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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사유(思惟)의 창 3회] 장례비와 전기레인지

기사승인 2019.01.22  08: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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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한 짓도 저질러야 살맛이 나는 것

[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전기레인지 설치기사였다. 실인즉 멀쩡한 가스레인지를 떼어내고 전기레인지로 교체하기 위함이다. 굳이 그 이유를 말하자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일산화탄소 사고를 염려한 때문도 아니고, 많이 사용하지도 않아서 생기는 청소문제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얼마간의 사치도 좀 누려보자는 생각에서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돈인데 그쯤 못하랴 싶은 스스로의 부추김을 이기지 못해서이다. 연료비도 절약되고 인덕션 방식이라 주방이 한층 깨끗하고 디자인도 미려해 돋보이니 일거다득인 셈. 하여 기사가 설치해 놓고 간 주방을 둘러보면서는 흡족한 기분이 들어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하기를 거듭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돈이라는 건 다름이 아니라 이랬다. 벌써 오래전, 내가 30대 초였을 때였는데 잘 아는 분한테 떠밀리듯 해서 연금 보험에 가입했었다. 당시의 약정은 55세부터 10년간 1년에 백만 원씩 나온다는 것. 그렇게 해서 가입했는데 3년쯤 지나 해약하려니 만류해서 그만두었다. 그랬던 게 그 나이가 되어 매해 받다가 마지막 회를 찾으러 갔을 때 보험회사에서 말하기를 끝은 났지만 사망하면 장례비 5백이 나오는데 바로 찾으면 2백을 준다는 것이었다. 하여 미리 받기보다는 사망 시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하도록 해뒀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르며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 유혹의 손길을 뻗쳐와 마음을 흔들어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언젠가 아이들에게 그 보험 얘기를 했던 터라 의논을 아니 할 수가 없어 얘기를 꺼냈더니, ‘장례비라뇨? 제발 돌아가신다는 말씀 마세요. 우리가 2백 살까지 살게 해 드릴게요.’ 하는 말이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 공돈으로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질러버린’ 것이다. 아무리 흥에 따라 산다고 해도 내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짓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가도 있듯이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가끔은 흥에 겨워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엉뚱한 짓도 저질러야 살맛이 나는 것이고, 그게 비록 작게라도 내 남은 적막한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다. 전기레인지…, 오늘 저녁은 밥맛이 한층 돌 것 같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미야 작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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