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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4회] 똥 단지 사랑

기사승인 2019.02.13  05: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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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단지 사랑

아내를 남달리
사랑한다고 소문난 나에게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자네는 애처가로 소문났는데
아내가 얼마나 예쁘면 그처럼 사랑하나!

이 사람아, 그 이유를 알고 싶은가?
나는 아내를 똥 단지처럼 위한다네.
똥 단지 같이 위한다니 알아듣게 말해주게나.

똥 단지는 깨지지 않게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것이네.
혹여 깨져나 보게! 그 냄새를 어찌 감당 하겠나?
그래서 조심조심 똥 단지를
안은 것처럼 아내를 사랑한다네.
       - 저자 조관연 [똥 단지 사랑] 전문-

대부분 요즘 시들은 심각하다 못해 아찔하다. 글 쓰신 조 시인은 87세이다. 글짓기 반에서 위 시 낭송을 처음 듣고 모두 웃었다. 옛날 선조들이 기본바탕으로 깔았던 해학. 이렇게 해학적이고 위트가 철철 넘치는 시를 접해 본지 오래다.

조 시인에겐 남다른 특이점이 있다. 이 분 밥상엔 설탕보시기가 항상 놓인다.
외식 시에도 설탕을 따로 주문한다. 된장국에 설탕 풀고 나물에 설탕 찍어 먹는다.

시인 집안에서는 날마다 사탕 소탕작전 숨바꼭질이 펼쳐진다. 숨기고 찾고, 건강에 나쁠까봐서인데 담당의사 소견은 건강 양호함이란다. 나도 따라 해봤다. 감기 끝이나 입맛이 없을 때 설탕에 밥 비벼 먹으면 술술 잘 넘어갔다.

하나 더 특이한 것은 모임 때마다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온다.
누구에게든지 작은 선물이라도 들려 보낼 심산으로 빈손이 아니다.
tie, bow tie, accessory, 꽃 화분, 책 등 별에 별 것이 선물로 등장한다.
받으면 기분 좋고 안 받아도 섭섭하지 않은 소소한 물건들이다.

선물 개수가 모자랄 땐 가위 바위 보를 시키기도 하고 퀴즈나 스무고개 게임을 하게한다. 그리고 선물이 고르게 배분되도록 노력한다.

선물을 나눠받은 반 친구들은 사탕을 드린다. 선물과 사탕 문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밑지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조 시인은 분위기 메이커이다. 노인과 아이들이 대접받는 나라가 행복지수가 높다한다. 박식하시고 세상조리에 밝아 제대로 대접받을 자격 있다. 하회탈, 글짓기반의 웃는 꽃.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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