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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5회] 수정 석

기사승인 2019.02.20  08: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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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석

광부는 문드러진 손톱으로 말한다.

그의 진열장에는 달빛처럼 차고 시린
눈을 번뜩이는 광부가 산다.

광부의 늙은 아내는 진열장에 다가가면
수줍은 미소로 지난 세월을 꺼낸다.

어둠속에 묻혀있던
묵직한 시간의 응집 저 말간 얼음덩이.

광부가 살았던 날들 만큼이나
거칠었던 삶의 언저리.

한 켜 한 켜 싸인
투명한 빛이 바위를 뚫고 나온다.

시간의 입김
말갛게 차오른 강물이
늙은 아내의 고달픈 발목을 핥고 있다.
        - 저자 정옥임 [수정 석] 전문 -

돌을 보면 수억 년 전 세상 씨앗들(seeds)이 안 보려 해도 보인다(see).

태초의 하늘이 처음 열리고 융합과 해체 혼돈(chaos)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다(sea)와 바위와 돌멩이, 오묘한 색채를 발산하는 보물과 보석 알갱이를 보았다.

긴 세월 수정원석 눌림(pressure)의 고통을 느끼고 눈물을 비로소 내가 본다.(look)

오랜 세월 동굴에 묻혀 있다가 세상 빛을 받고 함께 호흡하는 동류항의 눈빛을 함께 나눴다.

만남이란 이런 것이다.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우주를 넘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 굳이 64쾌에 비춰보지 않아도 인연설에 귀착하지 않아도 뜻밖의 마주침, 고 상점에서 잊고 있었던 오래된 물건에서도 백화점에서도 첫눈에 반해버리는 어떤 물건들도. 무엇이라고 규정지어 말 못할 그 어떤 감정, 솟구치는 탐닉의 열망. 갖고 싶고 보고 싶어 다시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찮은 물건이나 사물이 그냥 곁에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잃어버린 인형의 리본을 놀이터에 올 때마다 찾는다. 왜일까?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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