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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6회] 작은 심청전

기사승인 2019.02.27  07: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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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심청전

일손이 딸리는 산골 마을에 연년생
순이 순애가 사는데, 불평 한 마디 안 하고
잘 웃는 아이들을 마을 사람들은 그냥 순네라 불러.

순네 부모는 연이어 말 못하는 아이들이 태어나자
큰 죄를 지은 것처럼 기가 죽어 살았는데,
어린 순네는 튼튼하게 자라 팔뚝이 굵어지고 힘이 장사야.

학교 문턱도 못가고 공부하지 않았지만
논밭일 농사일은 아주 썩 잘했지.
사내들도 힘든 궂은일을 소처럼 말처럼 해내.

마을에선 꾀피우고 일 끝에 술에 취해 투정 부리는
남자 일꾼보다 순네를 더 좋아해.

사람들은 순네 부모를 모두 부러워하지.

특히 미국에 이민 간 윗집 선민이 아버지
서울에서 대기업 상무가 된 기연이 부모
아들 소식 뜸해 자랑도 시들해져 순네 아버지가 더 부러워.

어느 따뜻한 봄날 늙은 어머니를 업어
손수레에 태우고 앞서 끌고 뒤서 미는 순네를 보고
“심청이 들이여, 심청이!”
노인들이 한참 넋을 놓고 바라보았어.

        - 저자 정옥임 [작은 심청전] 전문 -

순네는 공부를 했다.

성경과 불경과 탈무드와 도덕책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네들은 늘 공부를 했다. 세상에 나온 모든 것들은 공부를 한다. 먼지도 바람도 돌멩이도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하나같이 똑같은 현상으로 나타나질 않는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광물이든 무엇이 되었든, 이 세상에 나온 것들은 공부를 한다. 물론 순네도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 하늘의 바람과 별과 물과 나무와 새들. 자연을 보고 공부했다.

그리고 세상의 것들과 교감하며 행복을 알게 되었다. 깊이 알고 누린다는 건 행복의 원천이 된다. 순네의 이야기는 맹자의 성선설 각본이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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