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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9회] 대장간 사육제

기사승인 2019.03.20  0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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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 사육제

화덕에 바람을 불어 넣는 풀무처럼
단 쇠를 온 몸으로 안는 모루처럼
뜨거운 쇠붙이를 잡는 집게처럼
달군 쇠를 내려치는 쇠메같이
두드린 연장을 담그는 물구유처럼
만들 연장을 그리는 대장장이같이

시인은 하늘이 눈과 귀에 닿아 있는 동안
나무거울 같은 시는 말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할
칼 詩 호미詩 작두詩 괭이詩 도끼詩 쇠스랑詩
한 편 한 편 엮는 일
오늘이 세상 끝나는 날인 것처럼!
       -저자 홍해리 [대장간 사육제] 전문-

대장간에 이런이런 예쁜 전문용어가 있다니 놀라웠다.
모루-달군 쇠를 두드릴 때의 받침 쇳덩이.
쇠메-묵직한 쇠토막에 구멍 뚫어 자루를 박아 칠 때 씀.

어느 분야에서든 달인이 되는 건 쉽지 않다. 도장 찍는 일. 돈 세는 일. 빵 반죽, 국수 늘이는 일. 단순 반복 일부터 복잡하고 어려운 일 극한 작업까지.

대장간 사육제는 이 시의 매체요 재료다. 시를 쓰는 자세와 재료 구하기, 시가 세상에 나와 사회에 일으키는 에코까지 아울러 생각하기. 글 쓰는 일도 하루를 거르면 펜 끝이 무뎌진다. 며칠 아프거나 쉬어버리고 저만치 뒷걸음으로 물러나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얼마나 깜짝 놀라는지 모른다. 쉬지 않고 날마다 다듬고 두드리고 고친 글이라야 읽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다시 말해 무엇 하랴.

홍해리 시인은 월간 <우리시>를 10년 동안 이끌어 발전시킨 거장이다. 맑은 운영과 시선으로 운영해오다 12월로 끝맺음하면서 회원을 대표하여 시의 선언을 하였다.

전략.

시는 맑은 영혼의 집이다. 시는 우리들의 위안이며, 구원이며, 친구이며, 스승이다.
보라, 시가 가는 곳에 세상이 얼마나 밝고 따스해지는가?
거친 마음은 부드럽게 순화되고, 삭막한 거리는 향훈에 젖는다.

후략.

이 혼탁한 시대에 맑은 시인으로 살아감을 자랑으로 삼자. 라고 맺었다.
노력만큼 보상 없는 시 쓰기, 자랑으로 삼자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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