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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사유(思惟)의 창 11회] 맹종(盲從)

기사승인 2019.03.26  09: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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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함 인정하고 다양하게 보려는 시각 필요...‘나 아닌 다름도 인정’해야

[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어도 아는 사람 하나가 SNS상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글 하나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주소까지 복사해 넣으면서. 그와의 대화는 그렇게 대부분이 SNS상에서 이루어지곤 해왔던 터였는데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지 했다.

헌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게 요청이라기보다는 강요처럼 느껴졌다면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것이었을까? 그렇더라도 ‘내가 동의를 했으니 너도 동의를 해야 된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너와 나는 서로 틀린 족속이다’, ‘이제까지 너는 나와 같은 족속이라 여겨왔으니 내 믿음에 금 가는 일은 없겠지?’ 하는 그쯤의 느낌으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동의?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가 필요 이상의 뉘앙스를 풍겼을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며 주소를 따라 들어가 봤다. 그런데 막상 읽어본 그 청원 글은 내 생각과는 좀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냥 나와서는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적어놓았다. 그러자 그는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내게 실망했다는 투의 반응을 보였다.

묘한 앙금이 생기던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앙금이야 사라지겠지만 당장은 어색해진 기분에 마음이 깔끔하지가 못했다. 도대체 그게 뭐라고…

우리는 너무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고, 찬성과 반대가 있을 뿐 그 중간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느 것에 대해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면 내편이고 아니면 적으로 간주해버린다. 그리고 내편이다 싶으면 무조건 따를 것을 강요하고 아니다 싶으면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것은 따르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편이다 싶으면 거의 막무가내로 따른다.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고, 한번 그러면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인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되돌아서지 못한다. 이른바 맹종인 것이다. 나도 맹종하고, 너도 맹종하라 강요하고 맹종할 때만이 인정을 해준다.

이런 맹종은 사회악의 근원이다. 촛불부대와 태극기부대가 대립하고, 여야로 나뉘어 따져보지도 않고 서로를 공격하기만 한다. 그러면서 내편일망정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버린다. 그리고 이 맹종이 종교로 옮겨가면 맹신(盲信)이 된다. 이 맹신을 이용하여 사이비종교가 판을 치고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상한 종교집단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언론보도를 통해 볼 수 있었지 않은가.

그 모두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도 있음을 인정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서 한 가지만 보고 다른 것은 보지 않으려 하는 탓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 가지를 놓고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음을 인정하고 또한 다양하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일은 SNS상에서가 아니라 그에게 직접 전화라도 넣어 봐야 되겠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미야 작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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