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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소설 ‘님비들의 성찬’ 인기

기사승인 2019.05.02  2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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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단단한 필력(筆力)에 매료… 전국 서점가에 잔잔한 파문

[골프타임즈=박관식 기자] 오랜만에 소설다운 소설이 나타났다. 무명 소설가인 김경수 작가가 펴낸 소설 ‘님비들의 성찬’(말벗 출판사)이다.

이른바 제도권 문학이라는 틀에 갇힌 상투적인 소설이 아닌, 그야말로 새로움을 찾는 독자들이 기다리던 소설이다.

김경수 작가는 한마디로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다. 흔히 신춘문예나 문학지를 통해 등단한 잘 다듬어진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낯설음이 오히려 매력이다.

더욱이 늦은 나이에 출판사를 통해 낯선 얼굴을 내밀며 등단한 김경수 작가의 단단한 필력에 독자들은 충격을 받는다.

이에 대해 말벗출판사 측은 “오히려 일찌감치 전문 문인들을 키우는 그룹의 문예창작학과에서 벗어나 홀로 치열하게 습작한 것이 빛을 더 내는 원인이 아닐까.”라며 “어떤 문학평론가들은 최근 장년의 새로운 작가들이 등단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기현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무책임한 말은 100세 시대의 진정한 문학 활동에 비수를 뽑은 김경수 작가 앞에서는 한낱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출판사 관계자는 “요컨대 이제는 기생충 같은 평론이 필요 없는 시대라는 얘기다.”며 “그저 작품에 대한 평가는 애오라지 독자들의 시선에 맡겨야 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가상의 이야기, 굴레에서 빠져나오다
서울 태생인 김경수 소설가는 유년시절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3년간 살았으며, 공학사ㆍ문학사 학위가 있다. 소설창작 동인회에서 다년간 활동한 작가는 「5.13 그 너머」로 월간지 『사람과 산』 소설부문 문학상, 「질주, 1998」로 대학문학상을 받아 등단했다.

소설집 『님비들의 성찬』은 「질주, 1998」, 「궤 적」, 「리틀 프린세스」, 「님비들의 성찬」, 「한 사람」, 「로리타, 안녕?」, 「증 발」, 「신 천 옹」, 「호모 루덴스 vs 호모 사피엔스」, 「담담한 이야기」, 「랑데뷰 타임」, 「여행자」 등 12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돼 있다.

김경수 작가가 꾸준히 소설을 공부하고 써 온 이유,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그 길을 가려는 까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살아오면서 어쩌지 못할 상황에 처하거나 그런 상상을 할 때, 저는 그것을 가상의 이야기에 담아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습니다. 제가 고민해 왔던 숙제를 소설을 통해 풀어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었다고나 할까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감수성을 자극하거나 처절한 리얼리즘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인 플롯 설정이 돋보인다.

마치 16세기 후기 베네치아 출신의 미술가 틴토렌토가 위대한 혁신을 위해 본질에만 집중하고 통상적인 의미의 세밀한 기법에 신경 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훗날 사람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영현 소설가는 대학 문학상 소설부분 당선작 「질주, 1998」에 대해 “명퇴자인 주인공의 절망적 몸부림이 로드무비 식으로 속도감 있게 그려진 작품이다. 소설적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뽑는다. 더욱 정진 있길 바란다.”고 평했다.

「질주, 1998」의 두 주인공은 우리 시대의 중년층과 청년층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들의 몰락은 곧 우리의 몰락을 의미하며 동시에 사회 기반의 붕괴를 뜻한다.

자신이 속한 위기의 사회질서 속에 더 이상 휩쓸리고 싶지 않은 몸부림이 질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자기 세계로의 길이 모든 것을 버린 대가로 얻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의 냉혹성과 절망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오른 것은 김영현 소설가가 말한 형식 때문일 것이다.

이미경 시인은 “김경수의 「호모 루덴스 vs 호모 사피엔스」에서는 진실이 지나치게 허위에 가려져 진실(호모 루덴스)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 자체가 허위로 느껴지는, 철저하게 장막에 드리워진 소설이다.”며 “사실 진실과 허위의 사이에 장막이 있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문장력이 좋고 서술이 망설임 없이 잘 터지는 것이 작가의 장점이다.”고 언급했다.

「호모 루덴스 vs 호모 사피엔스」는 김경수 작가의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형식이다. 분위기 연출 자체가 이 작품의 의도였다면 성공적인 것으로 그 의도는 제목에서도 충분히 느껴진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작가
김경수 작가의 단편소설들은 각기 다른 패턴을 그리며 완성도가 있다 보니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궤적」은 추리소설의 양식을 따왔으며, 「리플 프린세스」는 시점을 바꾸어가며 풀어가는 형식으로, 「신천옹」과 「랑데부 타임」은 누구나 삶속에서 숙제와 같은 주제인 전통 소설의 형식으로 진지하게 풀어갔다.

김경수 소설가는 어떠한 형태로 작품을 쓰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영리한 작가이다. 작품의 성격에 따라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미래를 가상한 「한 사람」과 주지적 관찰시점에서 풀어가는 「여행자」는 소재의 독특함에서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특히 「한 사람」에서 시사하는 여러 부분들은 깊이 되새겨볼 만하다.

작가 김경수는 히말라야와 일본 겨울 북알프스를 각각 두 번씩 등반한 산악인이기도 하다. 또한 북한산을 사랑하며 사십 여 년 동안 인수봉 암벽등반을 해왔다.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를 꼽는다. 『어린 왕자』도 좋아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 『야간기행』, 『남방우편기』, 특히 『인간의 대지』와 미완성 유작인 『성채』를 사랑한다.

김경수 작가는 “생텍쥐페리를 존경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행동하는 작가이고 그의 작품 곳곳에 행동가의 모습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며 “지금 추리소설을 연작으로 쓰고 있는데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안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보고 싶다. 더불어 행동하고 실천하는 작가로서 꾸준한 발전과 정진을 기대해 본다.

박관식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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