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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사유(思惟)의 창 21회] 사추기(思秋期)와 할머니

기사승인 2019.06.04  00: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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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고 사나워지는 건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엊그제, 전화통화로 약속을 해두었던 대로 친구가 찾아왔었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보니 반가워하는 한편으로 뚱한 표정을 도드라져 올리는 것이 아닌가. 예상치 못한 그런 표정에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는 길에 좀 어이없는 일을 겪었노라며 하는 말이,

지하철을 타고서 목적한 역에 내린 다음 계단으로 된 출구가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뒤미처 온 할머니 세 분이 오르자 정원초과 경고음이 울렸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땅히 뒤늦게 올랐던 그 할머니들이 내려야 하는데 전연 그런 기색 없이 안을 둘러보더니 나이가 적어 보이는 사람을 향하여 내리라고 했다는 것. 그것도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고 당연히 그래야 된다는 듯 명령조였는데, 사뭇 사납게 대들 듯이 그러자 거기 있는 사람들이 어처구니 없어하면서 얼굴을 찌푸렸고. 지목당한 사람은 별 수 없이 내려야 되었다고 했다.

말 그대로 막가파 할머니가 아니겠느냐며, 친구는 또 비단 그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그런 식의 막가파 할머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들보다도 할머니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할머니가 되면 그러는 것일까? 우리도 나중에 나이 더 먹으면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하고 덧붙이는 것 아닌가.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다 그렇게 자기 통제력을 갖추지 못한 채 변하겠느냐고 대꾸했지만, 순했던 여자들이 나이 먹어가면서 거칠어지고 더는 사나워지기까지 하는 그것은 호르몬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춘기에 견줘 흔히 사추기라고 말하는 시기를 지나게 되면 남자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서 여성화되고 반대로 여성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지면서 남성화된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양순했던 여성이 나이 먹고는 거칠고 공격성이 강한 남성처럼 변하는 것이 설명 가능한 것일 터이고.

글쎄, 막상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심히 넘겼던 일들이 떠오른다. 주변에서 성깔 좀 부리거나 또 자기 아내를 쥐 잡듯이 하는 남편을 가진 젊은 여자가 ‘나중에 늙어서 보자’고 벼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한 젊어서는 한량으로 떠돌며 부인 속을 썩였다는 남자가 늙어서는 사납게 대하는 부인 앞에서 죄인입네 하고 쩔쩔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들이 다 그런 호르몬 변화와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었나?

아무튼 나이 먹어서 찾아오는 그런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달리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할 터다. 내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자꾸 여성성을 잃지 않으려 하고 내 안의 ‘여자’를 가꾸는 것은 그런 것에 대한 반향(反響)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나갈 일이 없어도 분첩을 들고 거울 앞에 앉아 본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미야 작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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