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와 게-옛날이야기
옛날에 두꺼비가 게를 잡았어.
게를 잡아 놓고 보니, 다리 두 개는 커다랗고
다리 여덟 개는 쪼그맣고
등은 철갑을 둘러 입고 배는 백통갑을 감고 있어.
두꺼비가 “이 놈을 고아 먹어야 하나
구워 먹어야 하나 지져 먹어야 하나 볶아 먹어야 하나.”
하면서 이리 뒤적이고 저리 뒤적이다가,
“음 발을 떼어 먹어 보자.” 하고 게의 발을 떼어내려 했어.
그러자 게가 “홀가분 홀가분해서 좋지요.” 하거든. 두꺼비는
“그럼 안 되겠다. 불에 넣어 구워 먹어보자.”
하고 게를 숯불에 넣으려 했어.
그러자 게가 “따끈따끈해서 좋지요.” 하거든
두꺼비가 “그럼 안 되겠다. 간장에 넣어 조려 먹어보자.”
그래! 간장 게장이지. 하고 간장에다 집어넣으려 했어.
그랬더니 게가 “짭짤해서 좋지요.” 하거든. 두꺼비가
“그것도 안 되겠다. 물에다 넣어보자.”하고 물에다 집어넣으려 하니까, 게가(목을 움켜쥐면서)
“죽어죽어 나는 죽어.” 하거든.
두꺼비가 (손뼉을 치며) “이젠 됐다.”
하고 큭큭 웃으며 물속에다 게를 집어넣었대.
그러자 게가 (양 팔을 벌리며)
“살아살아 살았구나!” 하고 멀리 도망가더래.
-작가 미상 갓 날 갓 적 이야기 모음에서 축약-
작자 미상인 민담, 이렇게 위트 넘치고 재미난 옛날이야기가 있다니 새삼 옛 조상님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두꺼비와 게’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면 하나같이 ‘두꺼비 어떡해!’ 라고 두꺼비 걱정이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 너무 신이 나 놀이 같은 재미에 빠져 번번이 게에게 속는 두꺼비에게 아이들은 연민과 측은지심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면서 꽃게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소리친다. 꽃게가 잔꾀와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여 목숨을 구해 달아나지만 비열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꽃게의 모습을 재밌게 묘사한 부분도 꽃게의 짓거리도 의인화도 놀랍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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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시인은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