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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의 문학산책] 능인 스님 시인 노신배...시(詩)는 ‘나’와 만물과 동행하는 진실

기사승인 2019.06.24  11: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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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에서 발원한 서정시, 수행자의 불심 고백한 시로 중생 위로

[골프타임즈=정병국 작가] 작사와 작곡 그리고 노래로 정치 풍자에 독설을 서슴지 않는 능인 스님이 6월 초 노신배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 출간했다. 이 시집도 정치 풍자에 독설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에 자연에서 발원한 서정시와 선시(禪詩)가 아닌 수행자의 불심(佛心)을 고백한 시로 중생의 고뇌를 함께 호흡하며 위로한다. 시인을 남산한옥마을에서 만났다.

늦깎이로 시문학에 입문한 스님
먼저 노신배 시집 ‘능인의 허튼소리’ 출간을 축하한다. 솔직히 시집을 접하고 의아했다. 정치 풍자시도, 독설이 암시된 시가 단 한 편도 없었다.
시는 순수한 영혼의 예술이다. 여기에 권모술수의 정치 세계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언젠가는 정치 풍자의 시로 사회에 경종을 울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노래 작사를 29세 때 꿈에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 후 시작했다고 했다. 결국 작사 작업이 시로 발전한 게 아닌가?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16세부터 불교 행선, 염불, 참선, 화두 수행을 할 때의 시(詩)란 한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불교 수행자로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중생들에게 보다 쉽고 절실한 법회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시다. 불교에 출가한 지 50여 년이 지나서 선택한 길이다.

늦깎이로 시문학의 입문은 쉽지 않았을 텐데...더구나 행복사 주지로, 음악을 통한 사회봉사 활동 등 하는 일이 너무 많지 않은가?
시간은 쪼개어 쓰기 나름이다. 일단 선택했으면 집중을 넘어 아예 몰입하는 형이다. 이 성격이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문예창작아카데미의 수강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케 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수행자에게는 새로운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스님이 아닌 시인으로서의 시가 주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속가의 늦깎이 시인이 아닌 수행 스님에게 무리한 질문인가?
그렇지 않다. 수행자도 결국 인간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말장난으로 폄하했던 시의 세계는 강하되 부드럽고 날카롭되 모나지 않은 둥근 자성적 변화를 생산하는 옹달샘 같은 것이었다. 뭐랄까? 둥근 자성적 변화를 생산하는 옹달샘이란 새로운 생명력을 의미한다. 결국 시는 내게 새로운 생명력으로 살게 하는 길로 인도했다.

그렇다면 스님에게 시가 주는 세계는 무엇인가?
우주삼라 진면목의 화두와 또 다른 방향에서 탐구할 수 있는 3~4차원의 세계이다. 한마디로 말해 시는 나에게 화두이며 수행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한 겹 두 겹 위선의 가면을 벗고 자성청정의 자아를 찾아가는 길을 중생과 같이 만들면서 함께 가고 싶다.

화제를 시집으로 돌리자. 첫 시집을 낸 감회가 남다를 텐데?
등단하기 전 젊은 시절 수행하면서 습작한 미완성 글을 수정하고, 시와수상문학 문예창작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쓴 글 중 선별하여 시집으로 엮었지만, 부족함이 많아 부끄럽다.

가장 애착이 가는 시는?
불교적 시는 ‘나는 누구인가’이며 서정시는 ‘바느질’이다

애착 시로 선정한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분명하게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못 궁금하다. 또 ‘바느질’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바느질’에 이어 ‘나는 누구인가’의 전문을 조용히 낭송했다.

나라고 하면
내가 아니고

너라고 해도
옳지 않다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형상 없고 이름 없는
한 물건도 아닌
    -'나는 누구인가' 전문

스님 시인으로 사회적 역할
▲ 시인마다 독특한 습관이 있다. 스님에게 시작(詩作)의 나쁜 습관이 있다면, 그리고 시작(詩作)이 막혔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자신만의 확실한 시적 감성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분들의 시를 많이 읽지 않는 단점이 있다. 시 쓰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불교의 화두를 탐구하듯 다섯 가지의 방법을 생각한다. 우선 가장 쉽게 떠오르는 감성으로 주제를 바라본다, 주제를 자연에 접목한다, 주제를 우주 삼라에 접목한다, 또는 주제를 공한 상태에서 바라보면서 길을 찾는다.

시인으로서의 ‘아픔과 보람’을 하나씩 공개한다면?
이 세상을 통째로 삼켜 정화할 수 있는 시를 쓸 수 없다는 것이 아픔이고, 부족하나 시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다.

스님 시인으로 사회적 역할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너와 나 이분법적인 시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라는 일분법 시를 쓰고 싶다. 특히 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적 시를 많이 쓰는데 그것은 담을 허물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더 견고한 벽을 쌓게 된다. 그 담과 벽을 허물은 시로 다가서야 한다.

선시가 아닌 불심의 세계를 담은 시가 인상적이다.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다종교 사회에서 자신의 종교만 옳다고 하는 것은 진정한 가르침이 아니다. 종교의 가르침은 모든 사람의 삶에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정 관념은 버리고 가급적 불교적 단어를 피하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불교적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시를 추구할 것이다.

스님 시인으로서의 앞으로 계획은?
시마다 정신적 심과수(心果樹)를 심어 일시적 인기가 아닌 독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울림이 되는 글을 쓰도록 보다 더 정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님으로서, 시인으로서 삶의 지혜 말씀을 달라?
현시대는 외적 배경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그런 배경도 스스로 만들어 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선의 노력을 하되 결과는 순리에 맡긴다면 반드시 심상(心相])에 빛이 가득한 날이 올 것이다.

정병국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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