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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27회] 능소화

기사승인 2019.07.31  06: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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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네이버 블로그(동창햇살) 캡처

능소화

다시는 꽃 피우지
못할 나무에
능소화가 수를 놓았다

여름이 나지막한
소리로 불러내면
여린 손가락으로 이 편 저편
건너다니며 수를 놓는다.

가지 끝에 등을 찔려도
햇빛을 더 깊숙이 꽂아
가지가지 사이에
초록이 차오르게 하고
진주홍 꽃을 매달기도 한다.

흔들리지 않고 고고하게
머리를 치켜들고
고목을 휘감으며 제 나무인양
생명을 내려놓는다.

한 여름을 뚫고 나온 축복이다.
    -저자, 신민수 [능소화] 전문-

나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여름이 오면 누군가에게서 능소화 꽃 이름을 다시 듣게 된다. 그리고 잠깐 기억했다 또 잊는다. 꽃은 머릿속에서 선명한 자태로 떠오르는데 이름이 입에서 뱅뱅 돌기만 하고 얼른 튀어나오지 않는다.

원산지인 중국 소녀 이름 같아서일까. 일명 금등화 라고도 하는데 애초부터 금등화 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금등 심지에 불을 붙인 것 같은 모양으로 언제나 환하지 않은가. 두꺼운 꽃등을 두드리면 뎅뎅 소리를 낼 것 같다. 살아 있는 나무보다도 죽은 나무나 지지대에 올라가 꼿꼿이 고개를 들고 꽃을 피운다. 척박한 환경을 결코 가리지 않는 듯하다.

신민수 시인은 연륜은 짧지만 좋은 시를 가꿀 줄 아는 시인이다. 지구문학의 사무장 직을 맡고 있다. 참 신중하고 함부로 말을 뱉지 않으며 해로운 말은 기억에서 조차 흘려보낸다. 조그만 다툼에도 끼어들지 않는 조심성을 가지고 행동한다. 아마 좋은 바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같다. 시를 사랑하지만 사사로이 명예를 탐하지 않는 의연함까지 지니고 있어 좋은 글쓰기로 사랑을 듬뿍 받으리라 믿는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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