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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35회] 투망

기사승인 2019.09.25  09: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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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망

소나무 숲
나선형의 커다란 거미줄

27년 생사고락
함께 하시던 아버님
납 달린 하얀 투망을 흔들어 골라
한 손에 양 줄 고리 감아 땅에 끌 듯
비장하게 어깨에 둘러매고

첨벙첨벙 물속으로 들어가
가슴 속 실패를 풀어내 듯
양손을 들어올려
하늘 높이 투명을 던지던 아버님

360도 펼치기가 그리 어렵다는데

아버님께서는
담 위에 앉은 새를
맨 손으로 낚아채던 솜씨로
푸른 하늘을 낚아채는
투망 펼치던 모습이
오늘 따라 문득 그립다.

     -저자 김선 시 [투망] 전문-

저자와 나는 늘 운우의 정에 목마르다. 만나고 싶어 어떤 방법으로든 닿고 싶어 한다. 함께 소속된 단체에서 널뛰듯 잠깐씩 만나고 소식을 나누지만 갈증을 느낀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자유로워지기는커녕 서로의 가족이 늘어 속박? 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이 여자의 일생이다. 자식들이 결혼, 며느리가 생기고 사위가 생기고 새로운 생명, 아기들이 태어나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새로운 사귐의 여정과 봉사를 곁들인 관리와 사귐이 시작된다. 사귄다는 말에는 여러 함축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삭힌다는 뜻과 귀를 대고 속삭인다는 느낌이 난다. 저자와 나는 30년 넘게 사귀는 사이다.

90년대에 유행처럼 번진 모닝콜 영어로 만났다. 저자의 아들 둘이 대상이었고 성황을 이뤄 시간에 쫓기다 아침과 저녁식사를 서서하고 한 달 한 번 방문미팅도 숫자가 많아 하루에 7건 이상이었다. 그 때 저자의 집을 방문하면 삼대가 어울려 사는 게 참 융숭해 보였다. 큰 마당에는 온갖 나무와 호랑거미 두 마리가 집을 지어 투망처럼 걸려 있고, 징검돌 대문 길을 지나 현관문 옆 긴 창고에서 동경대제를 나온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세워둔 입구 안에 뜰을 가꾸는 연장과 도구를 매만지고 계셨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지만 저자의 다른 작품을 올릴 때 펼치기로 한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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