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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40회] 어머니의 휴가

기사승인 2019.11.06  00: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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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휴가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한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저자 정채봉 동시 [어머니의 휴가] 전문-

나는 독서 모임이나 작가와의 모임에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찾아서 참여한다. 이 글을 읽은 것은 아파트 단지 독서모임에서다. 숙제처럼 혼자 집에서 읽을 때는 눈물이 났다. 실컷 울고 모임에서 서로 자신들의 경험이나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을 듣는 가운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가 잘못 대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한다는 것이다. 가난과 어려운 환경에서 부모들이 행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처 주는 말을 예사로 하고 잘 풀리지 않는 세상사를 자식들에게 화풀이를 해댔었다.

병고를 견디며 42세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지금까지 원망하며 살았다. 그랬는데 젊은 회원이 그 때는 다 힘들었고 다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소한 작은 것들을 꺼내서 감사한 마음을 말하였다. 나는 나만 힘들고 나만 상처받고 나만 슬픈 줄 알았었다.

정채봉 선생님의 어머님은 살아계신다. 어머니는 기억하지 않으면 어머니는 없다. 좋은 어머니를 기억해내지 않으면 좋은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마음 속에 좋은 어머니를 생산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쁜 것만 들추면 좋은 어머니는 사라진다. 또한 내 자식에게도 나쁜 엄마로 남을 수도 있다.

방학 때 집에 가면 나 줄려고 아껴둔 장독대 물동이에 살얼음 낀 동지 팥죽, 한국동란 피난 때 들쳐 업고 헤매다 손발에 동상 들어 겨울마다 빨갛게 붓는 손 발 낫게 하려고 가지 꼬투리 삶은 물에 담그게 하여 손수 주물러 주던 손, 그 손 고마움만 기억하자.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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