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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책] 85세 첫 시조집 출간 김보환 시인...새롭게 피어나는 노년의 제3부작

기사승인 2020.01.20  09: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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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문학은 즐거운 삶의 새 공간, 노년의 동행예술로 과거 통찰과 내일이 공존

▲ 김보환 시인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78세에 시조문학에 입문, 82세에 등단한 후 2019년 12월 5일 첫 시조집을 출간한 김보환 시조시인. 그는 1935년 경북 청송 생으로 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온 인물로 노년의 제3부작,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한하운 문학상 등 시조 문학상을 수상한 김보환 시조시인의 시조 세계를 소개한다.

첫 물음이 너무 도식적이겠지만, 왜 시를 선택했는지요? 수필도 있고 희곡도 있는데...
글쎄요? 이렇다 할 분명한 이유는 없어요. 2013년 한국문학정신 가을(50호) 신인문학상 작품공모에 시를 응모했는데…뜻밖에 당선되어 신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시와 수필 모음 ‘헤라’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에 입문했어요. 당시 내 나이가 78세였으니까 말 그대로 늦깎이 중 늦깎이이죠.

78세는 솔직히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할 나이는 아닙니다만?
그렇지요. 모든 걸 정리하면서 조용히 여생을 보낼 시기였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까웠어요. 비록 늙었지만, 아니 늙었기 때문에 제3의 인생을 글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 욕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시와수상문학 문예창작 아카데미에서 시조 공부를 했군요?
예! 2015년 가을부터 시작하여 만2년 후인 2017년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여름호(제38호) 신인문학상 시조부문에 당선됐어요. 이미 시로 등단했지만, 시인보다는 시조시인에 더 욕심이 났었나 봐요. 물론 아카데미 지도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했던 같아요.

그 이유는요, 시조가 주는 삶의 의미가 시와는 다른가요?
현대시는 표현의 그 범위가 너무 넓고 어렵지만, 정형시조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알았어요. 그러나 막상 시조에 입문하고 보니 초장 중장 종장의 짧은 삼행에다가 사유(思惟)의 이미지를 담으려니 너무 어려워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공부하는 동안 나의 과거를 깊게 통찰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또한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떠한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면서 주위의 모든 지인들에게 욕을 먹지 않는 삶이 될까 하는 인생 공부가 바로 시조공부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용기가 생겼어요. 뭐랄까? 시조를 통해 내 삶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새로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인생 3부작을 시작한 셈이지요. 시조는 정신적인 영양을 공급해주는 새로운 세계이며, 아주 흥미로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새로운 삶의 세계를 만난 느낌입니다. 특히 저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문학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문학, 그 세계는 참으로 즐거운 삶의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첫 시조집은 감회가 남다르겠습니다. 인생 3부작의 첫 수확이라…
원래는 3년 후(미수 米壽)에 첫 시조집을 낼 생각이었으나 주변의 권유로 첫 시조집을 앞당겨 출간했습니다. 첫 시조집을 내자 ‘나도 해냈다’라는 자신감에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뛰었습니다. 주책없는 말이지만,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었습니다(웃음).

첫 시조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조는?
글쎄요? 나름대로 다 정성을 쏟은 작품이지만, 구태여 선정한다면 ‘엄마생각’ ‘고향하늘’ ‘감사한 마음’ ‘몽돌’ ‘영혼의 여행’이라고 할까요.

그 다섯 작품을 애착시조로 선정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요?
‘엄마생각’은 어머니가 1950년 전쟁 때 돌아가셨어요. 그때 제 나이가 15살이었고요. 나이를 먹은 지금도 어머니는 늘 그리움 속의 소중한 모습일 수밖에 없지요. ‘고향하늘은’ 피난 갔다가 14대째 살아온 영천의 국도변 과수원으로 돌아와 보니 집은 폭격으로 불타 없어지고, 어머니마저 안 계시니 고향은 마음속의 추억으로만 남았어요. ‘감사한 마음’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25전쟁, 4.19혁명 등 온갖 격동기 속에서도 부이사관으로 공직자에서 물러나 아내(80세)와 함께 건강하게 지내니 감사할 수밖에요.

‘몽돌’은 앞으로의 인생 3부를 어떻게 살아갈 건지 그 답을 몽돌에서 찾았어요. 몽돌은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있어도 묵묵히 참고 견뎌요. 그러면서 먼 바다를 바라보죠. 그 눈길을 닮고 싶어서 쓴 시조입니다.

‘영혼의 여행’은 이제는 나이가 좀 많아서 그런지, 영혼의 윤회사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영혼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저는 윤회사상을 믿어요. 그 때문일까요? 나의 영혼도 몇 천만 번 지구에 왔다갔을지도 모른다는 참으로 흥미로운 생각을 담았어요.

▲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 하는 김보환 시인

결국 애착 시조 5편은 인생 압축이군요?
그런 셈이지요. 가급적 아픔은 안으로 삭인, 뭐랄까? 돌아보면 뜨거운 눈물과 함께 고개를 끄떡이는 저의 인생 여정이죠.

화제를 조금 바꿔볼까요? 시조를 쓸 때 나쁜 습관이 있다면?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시조문학에 입문한 지 5년째입니다만, 아직 초보자라서 그런지 나쁜 습관이 생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살아온 연륜이 받쳐주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시작(詩作)이 막혔을 때는...
‘주제’가 있으면 ‘국어대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니면 비슷한 환경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가능한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성의 맥을 찾아 고민하고 갈등하며 조금씩 뚫어갑니다. 때로는 멀찌감치 밀어놓고 바라보기도 하고요. 분명 있는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는다고 할까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시조시인으로서 ‘아픔과 보람’을 하나씩 공개한다면...
아픔이라면, 부끄럽게도 우리 문법을 너무 몰라요. 6.25전쟁 중에는 중학과정을 뽕나무밭에서, 휴전 후에는 하천변 가교실에서 고교 과정을 거쳤는데 문법 공부가 부실했나 봐요. 하여간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매 작품마다 곤혹을 치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데 영 신통치가 않아요.

보람은요?
시조 쓰기 그 자체보다 시조를 공부하는 과정이 더 좋아요. 시조가 아무리 어려워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시와수상문학 아카데미에서 시우님들과 같이 ‘합평’할 때가 너무 좋습니다. 합평 시간은 문학 공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고령의 시조시인으로서 사회적 역할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신체적인 노화현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정신세계를 이루어 나가는 좋은 방법이 바로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시조공부가 제일 좋다고 느껴집니다.

앞에서 질문하려다가 놓쳤습니다만, 서정 시조가 아닌 사회비판의 시조를 쓰는 이유는?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어떠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살아 왔으며, 그 실상은 어떠하였는지를 간접적으로라도 전하려면, 사회 비판의 시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조문학의 늦깎이 입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는 늙고 젊음에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꾸준히 공부하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시조에 대한 공부를 계속할 것이며, 3년 후에 두 번째 시조집을 냈으면 합니다.

시조시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시조문학보다 시와수상문학 아카데미 선생님과 시우님들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만약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의 인생 3부는 다른 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며 ‘문학예술’의 길을 동행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보환 시조시인의 애착시조 3선

엄마 생각
꽃밭에 나가보니 간밤에 비가 왔네
꽃잎에 달린 방울 햇빛에 반짝 반짝
울 엄마 친구별 하고 내 꽃밭에 왔네요

고향 하늘
고향이 그립지만 가고 싶지 않은 고향
고향만 생각하면 엄마가 먼저 오고
옛날의 소꿉동무들 아이 되어 찾는다

쑥국에 냉이무침 어머니 향이 나고
참꽃 먹고 송기 꺾던 친구들 생각나도
내 곁엔 하나도 없다 외로움만 더 하네

뒷동산 양지쪽에 할미꽃도 생각나고
마을 앞 냇가에 핀 물봉선화 그리운데
반겨줄 사람도 없는 먼 하늘만 푸르네

몽돌
몽돌아 너희들은 걱정도 안 되느냐
사라호 태풍보다 더 큰 게 온다는데
글쎄요 아무리 큰들 물이니까 좋아요

우리는 남은 생을 물 따라 살아가니
깨지는 일이 없이 언제나 예쁘지요
내 볼을 만져보세요 매끌매끌 합니다

▲ 물 따라 살아가니 시조집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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