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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54회] 봄

기사승인 2020.02.12  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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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가슴 속 깊이
간직한 불씨
꽃으로 잎으로
타 오르고 타 오른다
담장너머 노오란 개나리로
소복 차림의 목련으로
사랑에 목마른 진달래로
산과 들이 안간힘을 쓴다
밖으로 마구 뛰쳐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붙잡는 엄마처럼
가슴에 잠자던 나무, 새, 계곡물
모두모두 소리 지른다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뱀처럼 허물을 벗고
저 수양버들의 푸른 빛
그 푸른빛으로 다시 부활하고 싶다
        -저자 김영월 시 [봄] 전문-

저자에 있어 봄이란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한 불씨 같은 것이리다. 화려한 여름의 시기를 지나 죽음의 문턱에서 병마와 싸우면서 쓴 자신에게 바치는 분홍빛 쪽지편지와도 같은 시편들. 뱀처럼 허물을 벗고 새 비늘을 반짝이며 새 생명으로 새날의 찬란한 태양이 내리쬐는 햇볕을 듬뿍 받고 푸른빛으로 부활하고 싶은 심정을 나타내고 있는 시들.

수필가이며 시인인 저자가 여섯 권의 시집을 선보인 것들 중에서 선집으로 묶은 시 선집 속 시인의 말을 옮겨본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가 한 송이 작은 꽃을 피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제 날마다 눈을 뜨면 하루하루가 기적의 선물로 여겨지고 오직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내고 싶다. 인생의 후반부는 더욱 삶이 시이고 시 같은 삶이 이어지기를 원합니다.”

내 생각인지 모르지만 저자의 그 절실한 소망은 이미 이루셨다. 가끔 모임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뜻하지 않는 장소에서 마주치면 건강이 회복되어 얼굴빛이 고운 홍조를 띠고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젠 병의 흔적조차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여러 곳의 문학 강의를 하시면서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하루하루를 기쁨과 감사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까지 허명과 욕망의 그림자를 쫓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염려스러울 때가 있지만 김영월 시인에게서는 초탈한 느낌을 받곤 한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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