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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주목한다] 늦게 온 편지...양아림 시집

기사승인 2020.02.17  09: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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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보고싶은 그대에게/편지를 씁니다//마음은 지척이어도/갈수 없는 당신께/마침표도 찍기 전에/꽃은 지고 있습니다… ('그리운 편지' 일부)

순수하고도 맑은 영혼으로 쓴 시집 한 권이 내 손으로 ‘푸드덕’ 날아들었다. 마치 꽃이 한참을 지나 시드는 길에 날아온 나비처럼 그 시집은 내게 늦게(?) 날아왔다.

‘늦게 온 편지(도서출판 북랜드)’란 시집 우편물 봉투를 뜯으며 단순에 읽어 내렸다.

일면 무덤덤하던 가슴이 갑자기 저미며 잊고 있었던 감성이 촉촉이 젖어드는 듯 눈물마저 글썽거리며 옛날 풋풋했던 감성이 갑자기 나를 소환했다. 시인의 절절한 감성과 감정이 나와 많이 닿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공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시적 정서의 공동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평자는 양아림 시인의 ‘늦게 온 편지’ 시편들을 논하면서 '한국적 서정과 그리움을 비롯해 수채화적인 여백미와 다양한 이미지 활용법의 기법'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사랑한다 말 못하고 돌아서는데/그 말/따라 온 초승달 하나가/앞서 걸어갑니다/가다가 뒤돌아 볼 걸 알았던 거지요/따라가다가, 따라가다가/놓칠까 봐/예기치 못한 문장/찍어둔 쉼표.//달 하나 지우며 사라집니다. ('그 후 사랑은' 전문)

양아림 시인들의 85편의 시를 묶은 20년 결산의 첫 시집을 누비는 핵심은 지워짐과 상실 즉 이별의 코드가 산재해 있다. 같이 있는 즐거움 보다는 모두 보내고 난 뒤의 ‘그리움과 기다림의 여성적 정서’가 이 시집의 기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묘한 역설적 슬픈 구도가 나오는 모양이다.

달 아래 앉혀둔 사마귀/이별을 알기에 더욱 뜨거운/달개비 꽃 위의 푸른 허기여 ('슬픈 구도' 전문)

시 ‘늦게 온 편지’를 보면 시적 화자는 땅 끝 마을에까지 간 것이다. 어쩌면 그 별리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갈 데까지 갔다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바다 우체국에서 편지를 썼다. 하지만 그 편지는 늦게 도착할 것이다. 화자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기다릴 것이다. 오지 않는 기다림을… 하지만 느리고 느린, 느리게 오는 통증은 이 세상에 살면서 화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시집을 냈으니 그 아픔을 다 털어버릴 수 있을 지? 여기서 기다림과 그리움의 대상은 그 시간인가 그 사람인가?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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