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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55회] 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4 코브라의 춤

기사승인 2020.02.19  01: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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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4 코브라의 춤

코브라는 제 몸속이 온통 독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코브라는 지아비도 제 새끼도 다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몸서리쳐졌다.
자기 단속을 위해서 화 안내기, 구박 참아내기, 독설도 웃어넘기기
못 참을 일은 몸을 흔들어 풀어내기

그러다가 그녀는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춤은 서늘한 바람을 불러오고
모래바람도 비켜가며 푸른 하늘을 들어낸다.
사막이 촉촉해지고 지아비도 함께 춤추게 하며 선인장 가시도
제 몸속에 숨고 그녀의 새끼들이 모두 살아나게 한다.
참아야 산다는 일념으로 춤으로 독을 해체시키며
사막의 별들과 함께 춤추는 그녀.
   -저자 이신강 시 [헤라클레스를 사랑한 요정4 코브라의 춤] 전문-

시인은 대게 시집을 내고나면 한동안 충만한 출산의 기쁨과 상당기간 산후통을 앓는다. 좋네 어쩌네 말도 많다. 그 건 스스로 부족을 느끼고 가리고 싶은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인데 노출 시켜버린 황망함도 있어서다. 나는 그랬다.

시인은 ‘퍼포먼스와 시극’ 시집에서 에스프리 붙임 말에서 여태껏 살아온 시인의 삶을 이 한 줄로 집약했다. ‘살면서 가리고 싶은 낯 뜨거운 일 정직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온몸으로 표현해본다. ’인생도 고생해야 맛이 나듯이 요즈음 월 수 금 투석하는 남편 건사와 내 건강도 여의치 않아 시극을 쓸 엄두도 못 낸다고 썼다. 위의 명품시를 쓸 때가 가장 힘들었을까? 작은 체구가 더 조그맣다. 얼마 전에 모임에서 잠깐 두어 마디 “나 어디로 도망가고 싶어.”

시인은 강동문인회 시 낭송회를 이끌면서 낭송에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백제 4대 개로왕 때의 도미부인 추모작품을 시극으로 올렸다. 강동구청에서 매회 특집 지원금을 받고 강동 문인이 함께 고유제를 지내고 역사의 재조명을 확실히 하였다. 도미부인을 시작으로 저자는 시극을 계속 발표하고 시인은 ‘모든 시는 퍼포먼스와 시극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시는 접는 손부채라면 시극은 펼친 부채다. 부챗살을 펼칠 때마다 갖가지 사연이 드러난다. 관중의 호흡을 강탈하는 순간이다.’ 요즘은 어느 시낭송회에서나 퍼포먼스가 등장한다.

우리나라 동북아 시인대회에서다. 일본인이 바다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비단 홑이불을 두 손에 펼치고 단으로 달려 나왔다. 또 20년 전 이근배 시인께서 이끄는 중국 시안에서 열린 시인대회에서도 각 나라의 퍼포먼스를 곁들인 문화의 색다른 표현방식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비록 자기 나라의 말로 또는 더러 영어로 번역한 시낭송회였지만 몸으로 하는 언어를 곁들인 말들의 향연이었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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