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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59회] 친절셈법

기사승인 2020.03.25  08: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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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셈법

친절셈법

친절은 손가락 어림셈이나
주판알로 더하고 빼는
대차대조표가 아님이요
머리로 대하거나
방향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천사
옆에 있는 누구든지
한정 없이 주고 싶어지는
바로 그 사람이 귀한 천사
때론 천사로부터 상처받고
어이 없이 밟히기도 하지만
잃어버린 내 안의 나를 돌아보고
일깨우는 나의 천사
당신이 절벽 위에 있다고
아랫사람에게 돌멩이를
차 맞추면 안 되듯
마루에서 언젠가 내려와야 할
당신도 돌멩이를 맞은 사람도
위로받아야 할 사람
친절이란 은 쟁반에
금 쟁반에 내 그릇에 담긴
애정을 쏟아 재지 않고 바치는
일방통행 사랑이고 교양
     -저자 정옥임 시 [친절셈법] 전문-

살다보면 타인에게 못 당할 일도 당한다. 요즘 나이 들고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 패스당하는 일도 가끔 있다. 처음 당했을 때는 무척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괴로워 그 통분을 삭히지 못하고 집에 와서 울고불고 지내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보면 정말 내 자신이 그렇게 시시할 수가 없다.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요즘 추세가 모두 이타를 따지지 않는가! 십여 년을 쉬다가 나온 단체에 처음 나가면 비기너 취급받는 게 당연하다. 나는 이제부터 그런 갑자기 들어오는 어퍼컷이나 짧은 잽에 익숙해졌으며 될 수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 곳에는 참석치 않으려한다.

시간과 돈을 뿌려가며 씁쓸함까지 입에 물고 돌아오긴 싫다. 즐겁게 만나고 기쁘게 헤어지는 자리라면 기꺼이 참석하고 싶다. 그리고 좌파 우파니 가림이 심한 곳도 참석이 어렵다. 내가 우파인지 좌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곁에 함께 이야기 나누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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