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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66회] 어마님

기사승인 2020.05.13  07: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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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님

별보고 나가 별보고 집으로 오는 어머니
결코 일을 무서워 않던 여 전사 하루 일 끝내고
차양모자 호미자루 연장망태를 짊어지고 달려오면
쿵쿵 공용 발소리가 고샅지반을 흔들었다
긴 옥양목 앞치마에 약찬 고추 코 속까지 알싸한 들깻잎
짙은 황금 참외를 터지게 움켜쥐고 오다가 쓰러져 그 길로 젊은 나이에
얼굴 와사증과 왼팔이 굽고 다리를 질질 끄는 반편을 못 쓰기 전까지는~

한해 방안제사 13기를 정성들여 지내고 개간농지 30마지기 너른 텃밭과 문전옥답

잔등 밭농사까지 대농 큰살림을 일구던 종갓집 맏며느리가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한낮 병자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한성바지 집성촌 어른 일가 당숙들이 긴 숙고 끝에 집안 위한답시고 길일을 잡아 젊은 여자를 장손 방에 들이 밀었것다

어머니는 그 밤을 뜬눈으로 건넌방에 귀 쫑긋 지세우고 아침 일찍

잘뚝절뚝 저는 다리로 아궁이 재를 퍼내 불을 지피고 무를 썰어 밥을 지었다

밥상을 차리며 빌기를! 가난 티 나는 밥 한 끼로 젊은 아낙이 곱게 물러나기를 빌었다. 어머니 의도완 달리 10년 묵은 쪽파 간장에 쓱쓱 비벼먹는 환상 밥상으로

2번(second) 건넌 방 자리에 눌러 앉게 된 곱상 아낙은 “어 마님! 어 마님!”

부르며 임금님처럼 언니처럼 어머니처럼 모시며 살았다. 그랬으면 좋았겠다!
      -저자 정옥임 시 [어마님] 전문-

부부의 세계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드라마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 원작을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려 기억의 편린을 시 형태로 써 보았다. JTBC 한국 드라마는 그대로의 맛이 있지만 원작을 둘러보는 게 이해가 쉽다.

닥터 포스터에서 아내 젬마 포스터 주인공인 그닥 아쉬움 없이 사는 상류사회 그림이다. 세상을 사는 부부 형태로 이어온 인류! 남자는 끝없는 야망으로 살고 여자는 사랑으로 산다? 남자는 벌이고 여자는 꽃이다? 아니다 뒤 바뀌기도 한다. 결론 낼 수 없는 질문이고 설정이다.

어마님 시대나 21C 현대시대에도 같은 모양새로 그려지고 있다. 어마님 시대에 1인자와 2인자는 그리 지혜롭지 못했다. 하기야 요즘 현대에는 드러내지 않은 교묘한 악랄함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포스터의 불륜 여인 재혼녀도 다소 악마적 지혜 녀 이다.

그녀의 행동은 계산이 환하다. 미리 써놓은 소설을 연기하는 듯하다. 뺏은 남편도 그녀 쏠림 편이고 그들을 잘 아는 수다녀들도 그녀편이다. 하물며 젬마의 아들 톰까지도 그녀를 은근 좋아하고 못 이긴 척 따른다. 자신이 깔아 놓은 고래 싸움에 등터진 톰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자리에서 보란 듯이 엄마를 패스하고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 버린다.

동물세계는 약육강식의 공식이 일반적이다. 젊은 쪽이 힘이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번식하는 즐거움으로 산다. 자식을 위해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고로 자식은 따로따로 부부의 빗장이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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