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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67회] 鈂黙

기사승인 2020.05.20  08: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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鈂黙

침묵의 덩어리들이 형태 없이 소리 없이 움직인다 무수한 입자들이 결속하고 단결하여 그들 방식으로 속전속결 공격자를 정해 쓰러뜨린다 방심한 틈으로 스며든다 지들 멋대로 닿고자 하는 곳에 닿아 컨테인하고 컨테이젼한다. 들불처럼 번진다 신이라고 자처한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숨어 기도한다 입이 있어도 말을 꺼낼 수가 없다 入口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차가워지고 간격 또한 더 멀어질 거다.

항상 위험한 곳을 헤매다 돌아 온 사람처럼 긴장하여 허둥대며 보이지 않는 침이 날아오는 사이를 피하느라 등뼈가 닳을 테고 독침의 독은 더 독한 독을 부르고 쫒기는 자 쫓아가는 자가 되어 사는 동안 내내 숨차 할 것이다.

차라리 침 덩어리 부술 침묵 하나 옆에 둘 거다. 똑 같은 모양의 적을 대적할 침묵, 언제든지 던질 수 있게 가까이! 섬뜩한 차가움과 묵직함!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어느 시점에서 침묵을 들어 올리고 던져야 할까! 점점 얼음처럼 차가워진 태산만큼 무거워진 시끄러운 공기의 침입자를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자꾸 질문만 던진다 좀비처럼 규칙을 따라야 그나마 눈이 떠지고 먹을 수 있다.
         -저자 정옥임 시 [鈂黙] 전문-

 

<너도 말라리아>
깜깜이 코로나19 세상에서 혼기를 훌쩍 넘긴 선남선녀가 하와이로 건너간 사진신부처럼 사진맞선신랑을 만났다. 스마트 폰을 다루는 포노 사피엔스 중심세대를 벗어난 변두리 세대다. 라이브 방송도 녹음메세지도 그들이 하나 되는데 공헌했다. 날 새는 줄 모르고 소통했고 일하는 중에도 짬짬이 틈을 내 메신저를 날렸다.

맞선사진신랑은 60여년 넘게 살면서 맞수를 찾았다고 만세까지 불렀다.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쉽게 이동의 자유가 없다. 지방에서 올라올 준비를 하는 중에 코로나19 확정 판정! 맞선사진신랑과 통화 중에 서로 눈물 콧물 쏟았다. “15일 기다리는 건 껌이지!” 사진맞선신부는 흔쾌히 15일을 기다리기로 하고 한 달 연기 데이트 날짜를 받아들였다.

잘 치료받았는데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는 맞선사진신랑은 옛날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공사장 소장으로 근무 할 때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었다 한다. 그리하여 기저질환 말라리아 재발! 열이 42도 45도를 넘나든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 했다. 링거 5개 꼽고 밥 구경 한 번 못해 뭔가 씹어보고 싶다고 문자다. 미국 의료진에게 특별진료 받는 사진맞선신랑은 눈 빠지게 하루하루 지우며 가다린 사진맞선신부에게 1년 더 기다리란 말도 못했다. 대신 너만은 절대 걸리지 마“ 그 말만 되풀이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의 형태를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리고 단기에 끝나기는 틀렸다. 이제 사람들은 거리 두기와 모임을 자제 한다. 안전한 백신? 나온다 해도 더 강한 변종이 나온다니 지시대로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게 답이다. 좀비가 된 사람을 통제하는 건 의료진이지만 엄밀히 말해 코로나19 감염 균이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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