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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68회] 햇살론

기사승인 2020.05.27  08: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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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

햇살은, 해의 살입니다

빛의 속도로 일억사천구백만km를 날아온
해의 살을
비와 바람에 섞어 마시고 지상의 초록이 자랍니다
꽃 피우고 열매를 맺어 내 놓습니다

이 한 수저의 밥알도
햇살 받아먹고 여물었으니
우리는 지금 해의 살을 씹고 있는 것
해의 피톨을 삼키고 있는 것

보세요!
재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의 살은 또 다시 옵니다
햇살론에 실려 한줄기 빛으로 옵니다

부디, 빛이 빚이 되지 않기를…
     -저자 이영식 시 [햇살론] 전문-

*대부업 등에서 30%-40%대 고금리를 부담하는 저 신용, 저 소득 서민에게 10%대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대출 공동 브랜드.

오랜만에 들른 카페 글에서 이영식 시인님의 꽃의 정치를 읽었다. 그리고 바로 선생님께 시집을 보내주시라고 청을 넣었다. 그 자리서 바로 봉투 써서 부치신다고 하셨다. 선생님을 딱 한 번 만났다. 선생님의 시 강좌를 듣던 시인을 따라 제 두 번째 시집을 드리려고 강의실을 찾았다.

키가 크고 전혀 멋도 안부리신 자연 그대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하기야 글 쓰는 여성들조차 겉모양에 신경을 안 쓴다. 그것은 오직 글 쓰는 치장을 최고로 알기 때문이다. 제 졸 시를 다 읽고 바로 전화를 주셨다. 고맙게도 시 한 편을 골라 주셨다. 이번엔 내가 선생님 시집을 읽고 시 한 편 골랐다.

많은 시편 중에서 햇살론은 한글과 영어의 합성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 단어에 햇살과 빚의 이미지 조합을 기막히게 이끌어 내셨다. 여유만만하게 빛과 햇살과 희망의 꿈 즉 밝음에 대치되는 어둠 너무나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운 빛과 빚. 수많은 사람들이 빚에 눌려 산다. 나도 혼자 대학생 둘을 감당할 때 캐나다 유학 간 딸 때문에 년 28% 집 담보 은행 빚을 지고 얼마나 어깨가 무겁던지! 먹고 사는 것이 인간에겐 큰 화두다.

시인은 <어린 왕자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직업이 뭐예요? //나는 시인이다 //이 별에서는 시가 밥이 되나봐 //그보다는 /시에게 나를 떠먹이는 거지>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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