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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70회] 돈키호테 일기

기사승인 2020.06.10  0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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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일기

뚜껑에 하얀 별이 떠 있는 만년필
결혼할 때 반지 대신 주고받은 예물

언젠가 꽃피는 봄날 오면 고개 들어 별을 그려볼 거라고,
잘 싸서 넣어둔 그 만년필
어느 가을 날 문득 책상 서랍을 다 엎어놓고 찾아도 없다

깊숙한 고랑에 꼭꼭 쟁여둔 보물상자
바람비에도 흔들리지 않던 새파란 꿈의 꽃봉오리
탱탱한 피부
무성하던 검은 머리카락들

내 몸의 서랍을 다 엎어놓고
늘어난 비곗살 주름마다
삐걱이는 뼈마디 닳아빠진 바큇살 갈피마다 찾아도 없다.
어디로 흔적 없이 사라졌을까?

 

헛꽃만 피우다 사위어간 해와 달
잃어버린 별을 찾아 떠나야겠다
이룰 수 없는 꿈 돈키호테가 되어
닿을 수 없는 별을 따러 떠나야겠다
        
-저자 이혜선 시 [돈키호테 일기] 전문-

세상 살면서 전화 통화나 간단한 문자만 주고받아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그랜드 우먼 이혜선 시인님이다. 하루의 피곤에 지쳐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이시인과 전화로 만나도 잠이 달아나고 혀가 꼬이기는커녕 화두, 말의 재료가 무엇이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에코가 된다. 그것은 마음의 행로, 방향이 같아서이리라. 부드럽고 흥분하지 않고 일관된 톤과 서로에게 스며들어 전염되는 즐거움이리라. 이 시인님의 화법은 대체로 졸가리가 있다. 나는 늘 압도당하고 감탄한다. 행복한 수혜자가 된다.

내가 이 시인에게 줄 것 이라고는 조그만 솔직함과 언제나 건강하길 비는 아주 작은 것들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천사라는 말을 조심하며 교환한다. 절대로 서로의 단점을 들춰내지 않고 윽박지르는 법이 없다. 단 한번도, 그저 곁에 있어 감사하고 기쁘고 고독을 사해주고 우리가 나눴던 좋은 기억을 되살려준다. 우리 둘의 화살 끝이 선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까. 멀리 있어도 흠모하니까! 자석처럼 끌어당기니까. 소식 없으면 궁금하고 그리우니까! 한참 잊고 지내다가도 그 많은 지인 중에 나도 모르게 나의 천사 옆으로 다가가는, 우리는 대놓고 칭찬하는 사이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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