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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71회] 학생 할머니

기사승인 2020.06.17  08: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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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할머니

늙을수록 하루는 길고 1년은 짧다고 한다. 세상은 나이대로 세월의 속도가 간다더니 나 같이 바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달리는 일주일, 요일마다 공부하는 과목이 다르다. 월요일은 성경공부를 한다. 서강대학교에서 3년 코스로 성서 공부를 끝내고 다시 또 지난달부터 창세기부터 시작했다.

<요약 및 생략>

화요일은 노래공부를 한다. 제일 기다려지는 화요일, 노래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전보다 날로 향상되어가는 노래실력. 홈페이지에 의견을 수렴하고 새 노래를 연습시키고, 자유롭게 연습시키는 시스템을 갖춰 편리하다. 내 영혼과 몸을 젊게 만드는 엔도르핀 생성이 왕성해진다.

<요약 및 생략>

수요일은 문학공부를 한다. 유명하신 교수님의 지도로 인생의 길을 배우고 교분을 쌓아가며 보람찬 시간을 보낸다. 작품을 많이 못 써 다소 마음이 쓰이지만 내 여생에 이 나이에 차원 높은 강의를 매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행운을 만난 것이다.

<요약 및 생략>

목요일은 유일하게 수업이 없다. 내 삶에 재충전하는 날이다. 일주일 동안 좋은 영화를 선정하여 영화를 본다. 소설가인 동생은 영화에 조예가 깊다. 대부분 동생이 선택한 것을 본다. 이 날은 맛있는 음식도 찾아다니고 쇼핑과 노래방을 전전 하루가 모자란다. 얼마나 축복받은 노년인가.

금요일은 손녀딸의 성당 학부모로서 ‘첫 영성체 준비를 위한 8개월 코스’ 공부를 한다. 두 반이 있는데 10명 정도 수강생이 거의 20, 30대 엄마들이다. 나는 맞벌이 부부인 며느리를 대신하는 자리이다. 나 혼자 할머니지만 숙제도 열심히 해 가고 발표도 활발히 하여 꽤 인기를 누린다. 수업이 끝나면 인생 상담도 하고 내가 살아 온 삶 속에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 삼아 조언도 하고 나도 배운다.

<생략>

토요일은 격주로 I-club 이라는 모임에 나간다. 동기동창끼리 컴퓨터를 배우고 연구하는 모임이다. 동창 중에 두 명의 사부가 있어 가르치고 배우며 친교가 더욱 돈독해졌다. 가히 동창회 견인차 역할을 하여 동창회 창구가 되고 있다.

아직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 가능하면 피아노도 시작할까 궁리 중이다. 손녀가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깊은 욕구를 느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에 용기를 갖는다.

아직도 몸과 마음은 늘 청춘이다.
       -저자 김현순 수필 [학생 할머니] 일부-

어쩜 저런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 편안하다. 향기가 난다. 나는 김현순 수필가를 문학단체에서 만났다. 마주칠 때마다 싱그런 기운을 느낀다. 항상 모임에서 소설가 동생과 함께이다. 소설가 동생을 모시고? 다닌다. 처음엔 가까이 사는 다정한 친구사이인 줄 알았다. 두 분 다 해맑고 연륜을 가름하기 어려웠다. 먼 길을 달려와 동생의 의지가 되어주는 언니, 나는 아주 가까워질 수 없으면 최적의 간격, 맘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어설피 가까워지려하면 그림이 깨질 때가 두렵기 때문이다. 저 연세에 부지런함과 앎의 깊은 욕구를 느끼는 향 나는 나무 한그루 마음속에 들인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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