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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74회] 세기말의 칼

기사승인 2020.07.15  08: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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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칼

어떤 것의 내면을
알아가는 것은 흥미롭고 신비롭다
우리는 먼 것을 동경한다. 아련한 꿈
별을 보고 평생 신비에 빠지는 것과 다름 아니다
동경은 그리움이고 희망이고 선동의 이끌림이다

선동은 마법의 주문을 외게 한다
배이지 않는 칼이다
엎치락뒤치락 뒤집혀 때로는
거짓이 군신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 한참 서로 신이라 우긴다

신이 된 황제들은 근심한다
흰 비단 레이스로 입술을 막고
내장을 다 토해 낼 것 같은 두려움에 떤다
가상의 용기는 신을 죽이고 죽어 주술만 남긴다

세기말의 칼은
가짜를 도려내고 진실을 캐낸다
투명 칼날에 쓰러지는 말의 잔치
말은 기어코 주인의 심장에 꽂힌다
진실은 마구 카오스처럼 뒤엉킨다
     
-저자 정옥임 시 [세기말의 칼] 전문-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부류의 시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쓰지도 않는다. 마치 탐정추리소설 같기 때문이다. 내가 아동문학을 애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심코 종이에 낙서처럼 내리받이로 써놓은 이 글을 읽고 마치 내 글이 아닌 것 같았지만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가끔 이런 글을 써 볼까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한다.

시사적이기도 하고 목소리 한 번 크게 내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이러한 글을 세상에 내놓으려면 참용기가 필요하다.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는 부문이 있기 마련이다. 용기를 내보았다. 나도 투명 칼 한 번 휘두를 용기를 가져봤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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