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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76회] 엄되콩의 꿈

기사승인 2020.07.29  0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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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되콩의 꿈

‘아, 나가고 싶어’
황영감 네 곳간에 있는 엄되콩은 흙내음이 그리웠습니다.
어서 흙에다 뿌리를 튼실하게 내리고 싶었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새소리, 살랑바람소리가 싹 틔울 때라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마음이 들썩 거렸습니다.
하지만 햇살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곳간은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엄되콩은 꼬투리에 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근처에 있는 꼬투리는 서너 알 옹기종기 있는데, 자신은 꼬투리에 혼자 있는 홀 콩이었습니다.
콩밭위로 바람이 살랑살랑 입김을 불어주고 갔습니다.
“콩나물 콩이 되려면 더 영글어야겠는 걸.”
주렁주렁 콩꼬투리를 품고 있는 엄마 콩 줄기가 말했습니다.
“콩나물 콩이 뭐예요?”
꼬투리 콩은 궁금했습니다.
“콩나물로 자라서 사람들 밥상에 반찬으로 오르게 되는 거란다. 황영감이 말하는 걸 들었잖니?”
“그런 거라면 난 콩나물이 되기 싫어. 엄마처럼 아기콩을 많이 품을 거예요.”

생략
“난 엄마 콩처럼 아기 콩을 많이 품을 거야. 난 엄마 콩처럼 되어 아기 콩을…”
꼬투리 홀 콩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아휴, 아예 노래를 하네. 노래를. 엄되콩, 엄되콩!”
곁에 있는 꼬투리들이 말했습니다.
“엄 되 콩?”
“네가 노래하듯이 하는 말을 줄인 거잖아. 하하하…”
“좋아, 좋아!”
엄되콩으로 불리게 된 꼬투리 홀 콩은 봐도 봐도 지치지 않는 하늘과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꿈을 키웠습니다.
황영감은 콩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지기 시작하자, 콩 줄기를 베었습니다. 그리고 콩단을 세워 말렸습니다. 콩 타작하는 날 꼬투리에서 콩들이 나왔습니다.

중략
엄되콩은 어떤 아주머니에게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콩을 물에 불렸습니다.
시루바닥에서 힘껏 물을 빨아 들였지만 마음처럼 물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뿌리내린 콩나물만 손에 쥐었습니다. 이제 싹 틔우기 시작한 엄되콩은 아주머니의 손에 들려지지 못했습니다.
“거름이라도 되겠지?”
아주머니는 찌꺼기를 신문지 위에 탈탈 털어 화단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흙을 파서 찌꺼기를 묻었습니다.

중략
며칠이 지났습니다.
“어머나! 무슨 싹이지?”
엄되콩은 쭉쭉 기지개를 켰습니다.
“옳아, 고놈 참, 거름이 되라고 버렸는데, 거름 팔자는 아닌가 봐.”
“이번에는 콩을 키워 보게 생겼네. 자리 하나는 참 좋다. 볕이 잘 들어서 자라기 좋을 거야.”
“후유!”대견해 하는 아주머니를 보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나는 엄마처럼 될 거야. 그래서 아기 콩을 많이 품을 거야. 엄마처럼 아기콩을……’
엄되콩은 넌출지게 품을 아기콩들을 그리며 흙내음을 흠뻑 들여 마셨습니다.
      
-저자 함영연 동화 [엄되콩의 꿈] 일부-

만남이란 참 신기하다. 같은 시간에 함께 있어야 하고 많은 사람이 만났을 때 가까운 바로 옆자리에 앉아야 교분이 이루어진다. 함 작가는 바로 우연 속에서 필연처럼 만난 사이이며 첫 눈에 우린 서로를 알아봤다.

5월 5일 방정환 선생님 묘소에서인데 그날 어린이 날 행사로 여러 이벤트가 있었다. 동시 동화 작가들이 주류를 이뤘는데 나는 신현득선생님과 친구를 따라 갔었다. 1년 동안 출간한 책을 제단에 올리고 함께 절을 올렸다. 가까운 학교에서 온 어린이들도 참여하였고 책을 선물로 받아 갔다.

나는 낯 선 사람들 속에서 운 좋게 함작가 옆에 앉게 되었다. 돌아가며 동요 부르기를 시작하여 내 차례에 <숲 속 작은 집>을 불렀다. 부상으로 함작가 장편동화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마주쳤다. 페이스북에서도 철친 친구로 따뜻한 댓글로 만난다. 함작가 동화는 교과서에 수록된 책이 많다. 엄되콩은 제목부터가 함축하고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꿈이 들어 있는 한편의 시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끝으로 지면상 전문을 올리지 못하여 디테일한 맛깔스런 여러 콩과 서로 다른 콩들이 공유하는 정보들을 생략할 수밖에 없어 작가에게 송구함을 금치 못하겠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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