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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80회] 매화꽃 피고 지고

기사승인 2020.09.02  09: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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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피고 지고

심학규가 왕비인 딸 청이 앞에서
눈을 끔적끔쩍 세상을 보듯
매화나무가 겨우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 아니라
천등만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가지마다 암향(暗香)이 맑고 푸르다
다글다글 꽃봉오리가 내뿜는 기운으로
어질어질 어질머리가 났다
계집이 죽었는지
자식이 죽었는지
뒷산에서 구성지게 울어쌓는 멧비둘기
봄날이 나울나울 기울고 있다
시인은 매화꽃이 두근두근 댄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가 그만 절창이라고 했다
한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가슴이
삼복(三伏) 염천(炎天)이어서
두향(杜香)이는 죽어서도 천년
매화꽃 싸늘하게 피우고 있다
      
-저자 홍해리 시조 [매화꽃 피고 지고 ] 전문-

홍해리 선생님은 이번에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치매 연작시집 4권 째를 내셨다. 제1시집 [치매행] 2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이번 제 4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제목만 읽고도 울컥했다. 누구의 이별연습도 선생님 만큼일까. 집 주변을 떠날 수 없다 시며 먼 곳 회합엔 참석을 자제하시는 선생님! 꽃을 가꾸시고 꽃 사진을 철따라 올리신다. 아마 꽃을 가꾸는 심정으로 환우를 돌보시는 듯하다. 그리고 10여년을 우환의 환경에서 지내신 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으시다.

우리나라 나라꽃은 무궁화이지만 나는 개량종 깨끗한 하얀 무궁화를 좋아한다. 정말 장미보다 예쁘다.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답다. 매화는 중국의 국화이다. 아참! 모란도 중국 국화다. 중국 사람들은 매화를 모리화라고 부르는 것 같다. 국화란 한나라의 상징이고 애중히 여기는 꽃, 나라꽃이다.

봄에 먼저 피는 매화 꽃구경, 매화 축제 벚꽃축제 진달래 철쭉 등 겨우내 실내에 움츠리고 지내던 몸과 마음을 풀기에 꽃보다 적당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한겨울에 피는 설중매를 비롯해서 붉은 홍매, 흰 백매 종류도 여럿이다.

선생님은 매화를 애중하시는 거 같다. 아니 어느덧 닮으신 듯. 매화의 꽃말은 고결한 마음, 기품, 결백, 인내다. 매화의 꽃말은 곧 선생님의 시제의 화두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우리의 삶은 견딤이다.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정옥임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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