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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81회] 꽃의 정치

기사승인 2020.09.09  09: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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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정치

불, 질러놓고 보는 거야
가지마다 한 소쿠리씩 꽃을 달아주고
벌 나비 반응을 지켜보는 거지
그들의 탄성이 터질 때마다
나무에서 나무로 번지는 지지 세력들
꽃의 정부가 탄생하는 거라

꽃은 다른 수단의 정치*
반목과 대립이 없지
뿌리는 흙속에서 잎은 허공에서
물과 바람
상생의 손 움켜쥐고
나무마다 꽃놀이패를 돌리네

봄날 내내 범람하는 꽃불을 봐
꿀벌은 꽃이 치는 거지
벌통으로 키우는 게 아니야
코앞에 설탕물을 풀어놓은들
그게 며칠이나 가겠어
검증되지 않은 수입 교배종으로

벌 나비의 복지를 시험하지 마
같은 꽃 같은 향기더라도
오는 봄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행복해 하는 거야

봄날은 간다
꽃의 정부가 다하더라도
후회는 없어
튼실한 열매가 뒤를 받혀 줄 테니까
       
-저자 이영식 시 [꽃의 정치] 전문-

*클라우 제비츠의 전쟁론 중 ‘전쟁은 다른 정치 수단의 정치’를 변용함.

<꽃의 정치>를 읽으면서 왜 이렇게 맘이 복잡해질까. 슬퍼지려할까. 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생각날까. 왜 정치가들은 권력을 잡으면 폭식가가 될까. 모두는 아니지만 왜 초심을 잃을까. 꽃들은 한줄기에 여러 개의 꽃망울을 단다. 유심히 지켜보면 스스로 양보하는 꽃망울이 있다. 피지 못한 꽃망울을 슬그머니 떨어뜨린다. 양보다. 이것이 자연의 정치 질서다.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정옥임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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