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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회] 장소와 때에 따라 벗을 줄도 알아야지

기사승인 2020.09.17  0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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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품과 우아함을 더해주는 여인의 아름다운 예의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그녀는 예뻤다.

상큼하게 긴 머리를 단단히 묶어 야구모자로 고정하고, 챙 아래 오뚝 선 콧날이 사뭇 상큼하다. 간편한 청바지 차림에 젊음이 피어난다. 대조적으로 마주한 여인네는 까만 선글라스에 챙 넓은 모자가 어깨를 가린다. 시커먼 안경알에, 모자챙에 가려 달싹이는 입만 보인다.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그야말로 최고의 멋을 부렸다.

일반적으로 머리 감기 귀찮아서 쓰고 나서는 모자가 있는가 하면, 한껏 멋 부림을 완성하기 위해 멋진 모자를 쓰기도 하며, 예의를 갖추기 위한 모자도 준비한다. 벗지 못할 모자를 쓴 자리는 친한 친구나 허물없는 사이라면 상대방도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모자에도 종류가 참 많다. 항암치료의 환자용은 창백한 얼굴과 탈모한 머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알록달록한 모자에선 피어나는 생명의 힘을 느낀다. 군고구마 장수의 귀 덮은 방한모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눈썰매 탈 때 쓰는 방울 달린 털모자는 보기만 해도 따뜻하다.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밀짚모자에 수박 한 덩이 손에 들면 어떤가. 쓰고 있어도, 벗어도 시원한 바람 속이다.

애국가를 부를 때면 민머리를 내놓고 중절모를 벗어 가슴에 얹는 그 경건함은 예의 바르다. 존경이나 감사를 표하거나 인사를 하기 위해 모자를 벗거나 기울이는 행위를 한다. 시간과 환경을 무시한 멋 부림은 타인의 불쾌감을 더해주며 자신의 민망함을 추가하는 행위다.

챙 넓은 모자를 벗어 내려놓는 순간, 이마와 옆머리에 희듯이 보이는 새치가 기품 있어 보일 것이다. 시커먼 선글라스의 착용한 여인은 실내에선 눈 성형을 하였든지, 눈병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오해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선글라스를 적당히 이마 위로 올리면 여인의 멋스러움이 배가 될 텐데…안타깝다면 지나친 간섭일까.

검은 선글라스의 여인을 햇살 쏟아지는 해변의 비취 파라솔 아래에 앉히고 싶다. 그녀의 선글라스에서 파란 바다가 은비늘로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싶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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