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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2회] 실 한 타래와 뜨개바늘을 준비하자

기사승인 2020.09.24  08: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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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샘솟는다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말에 놀랍다.
아침을 깨울 커피 한 잔 들었다 핸드폰 벨 소리에 목만 적시고 앉았는데 벌써 점심때가 넘었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듣는 중에 함께 부르르 떨다가 점점 지쳐가는 나를 발견하고, 듣는 것도 힘들구나 싶다. 시누이는 5시간이 넘도록 할 말이 많았다. 생활 하소연부터 시대를 거슬러 엄마 품 안에 자라면서 서러웠던 이야기도 꺼낸다. 그야말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하셨는데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다.

식어버린 커피 잔을 밀어놓고, 그뿐인가 핸드폰도 뜨겁게 달구어져 귀에서 멀어져 가는데 입담 좋은 시누이는 지치지도 않는다. 벌써 답이 다 나와 있는 옛날 옛적에까지 들먹이는 데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끊어야 할 순간을 놓치고 계속 들어주어야 하는 나도 한심해지고, 그렇게 수다라도 해야 스트레스 해소하는 시누이도 참 딱하다. 그 마음을 다스려줄 일이 필요하다.

입으로 풀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하면 심리적 안정과 휴식을 가능하게 하고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영감까지 떠오르기도 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리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손의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뜨개질이다.

손의 노동은 인간을 인간답게 자유롭게 한다. 왼손을 쓰면 오른쪽 뇌가 발달하고, 오른손을 쓰면 왼쪽 뇌가 발달한다. 양손을 다 사용하여 양쪽 뇌가 골고루 활성화된다. 손을 많이 쓰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도 있고 치매예방도 된다.

입으로 뱉어내는 말엔 좋은 말도 있지만, 많은 말을 하다 보면 실수하거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뒷담화만 안 해도 성인이 된다는 교황님 말씀도 있잖은가. 입도 평화롭게 하며 손으로 한 올 한 올 뜨면서 만들어져 가는 모습은 성취감과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간단히 실 한 타래와 뜨개바늘을 준비해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자. 깊어가는 가을밤이 짧게.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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